구기향의 게임 문화이야기, 불법 서버 문제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국내 게임 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현안이 다시금 공론화되었다. 바로 불법 서버(프리 서버) 문제였다. 지난 12월 4일 한국게임미디어협회 (KGMA)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한국게임기자클럽이 주관하는 ‘게임 불법 사설 서버 피해와 대책’ 세미나가 마련된 것. 그리고 이 자리에 발표자로 참석한 한 교수가 불법 사설서버와 게임사 및 이용자의 피해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는데, 불법 서버 활동으로 인해 국내 게임 업계가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불법 사설 서버로 인한 연간 추정 전환 매출 손실액을 계산한 결과값인 만큼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각 기업 및 게임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 법적 대응 비용, R&D 투자 위축 등 무형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도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3천억 원. 막대한 숫자다. 그리고 그 숫자 자체를 넘어, 숫자가 보여주는 심각성도 엄청나다. 이는 대한민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의 건전한 투자와 창작 의욕을 갉아먹는 디지털 암시장의 규모를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법 서버의 존재는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유출, 지적 재산권 침해, 더 나아가 불법 사행성 문제 등 광범위한 사회적 폐해를 동반한다.
그런데 이처럼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는 반면 이를 단속해야 할 국가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즉, 스마트 디지털 시대에 보이스피싱, 첨단 금융 사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의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사이버 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사이버 수사 인력은 이미 포화 상태다. 피해액이 천문학적 수치를 나타내고 있긴 하나 다른 중요 범죄들 사이에서 무조건적으로 우선순위를 얻을 수는 없는 바, 지연되거나 소극적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또 기술적으로도 발전과 변화가 필요하다. 이미 불법 서버 운영자들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클라우드 환경이나 VPN 기술을 악용하여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날로 고도화되어 단순히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기술적인 난제가 되고 있다.
결국 게임 불법 서버 문제는 제한된 국가 인력으로, 천문학적인 국민의 피해를 유발하는 첨단 범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룰 것인가의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사이버 치안 시스템 전체 문제로 확장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해법은 기술과 협업의 두 가지 측면일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불법 서버의 패턴을 학습하고 위치를 자동으로 탐지/ 추적할 수 있는 지능형 자동 탐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가능하다면 수사 인력에 대한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고, 24시간 감시 체계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위에 언급한 지능형 자동 탐지 시스템 구축 및 AI의 학습을 위해서라도, 더 나아가 효율적 분업을 위해 민관이 함께 치안을 담당하는 '협업 치안 모델’ 정립이 필요하다. 불법 서버에 대한 깊은 기술적 이해와 로그 분석 능력을 가진 게임사 등 민간의 전문성을 국가 수사 당국과 연결하자는 이야기다. 단, 민간 게임사 입장에서 이는 추가적인 업무 부담과 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느껴질 수 있는 바, 그 협력의 노력이 반드시 실제적인 상황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민간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법적 지위나 증거력을 확실히 인정하고, 선의의 정보 제공에 대한 법적 면책 조항을 마련하여 정보 유출이나 오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 또한 선행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글을 쓰면서도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실제 게임사에서 일을 해 봤기 때문에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거나, 개별적인 법적 대응을 이어가며 손실 비용을 늘릴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게임사뿐만 아니라 게임 이용자들이 손해를 입고 위험에 노출되는 사안이 아닌가. 3천억 원의 피해는 앞으로 더 큰 숫자로 바뀔 것이다. 미래 대책,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