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PR] 프로들을 위한 미디어 트레이닝
<전 편에서 계속>
미디어를 한껏 이해한 뒤에는 더 실제적인 시간을 가졌다. 미디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들부터, 헉 이렇게까지 물어볼까요 싶을 정도로, 거칠고... 끈질기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는 공격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당황하지 않고 또 전하고 싶은 답은 잘 담아 답변하는 것까지. 팀 전체 인원을 3~4명 수준으로 작게 나눠 진행하는 실습이었다.
E스포츠 경기 후 인터뷰 자리에서는 “승리 소감 어떠냐", "다음 경기에 임하는 각오는", "상대팀에 한 마디 한다면",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등의 질문이 매우 자주 등장하는 데 의외로 미리 핵심 메시지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지 않으면 "매우 좋다", "열심히 하겠다",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등의 판에 박힌 답을 뱉게 된다. 그리고 그런 답은 헤드라인에 오를 수 없고, 흔하고 가치 없는 인터뷰 결과가 된다. 이에 선수들은 보다 구체적인 소감이나, 공약을 말하는 연습을 했다.
따지고 드는 질문에 대해서도 당황치 않고, 유연하게 또 어느 정도 담담하게 하고자 하는 답만을 하는 연습도 했다. PR인원들이 각기 기자의 역할을 하며, 선수들의 답변 모습도 영상으로 기록했다. 코칭진들도 미디어 문의나 인터뷰 요청을 받는 바 함께 연습했다.
이렇게 기록한 영상은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동안 PR인원들이 나눠 빠르게 분석해 모범이 될 법한 멘트나, 삼가야 할 제스처, 불분명하여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멘트 등을 골라냈다. 그리고 이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팀 전체가 모여 함께 보면서 난상의견을 모았다.
선수나 코칭진 모두 할수록 늘었다. 또 자신도 모르게 깜박이는 눈이나 마이크를 치는 행동같이...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한 번씩 돌아보며 개선의 기회를 삼았다. 무엇보다 실습과 분석을 하다 보면 어느새 서로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저 때 이렇게 답하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면서 의견을 내는 목소리가 늘었다.
그렇게 총 3개월에 거쳐, 당시 14개 구단의 총 90명 선수들을 대상해 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마련됐던 LoL 올스타전 현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몸소 그 교육의 효과를 보여줬다. 팬들과 하이파이브하며 적극적으로 교감의 제스처를 보이던 페이커 이상혁 선수, 그 어느 때보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방송 인터뷰에 임하던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가 그러했다.
하물며 홍민기 선수는 선수단 귀국 비행 편이 들어오던 날 공항에 선수들을 맞으러 나간 나를 발견하고는 한걸음에 달려와 "저 인터뷰하는 거 봤어요? 이번에 엄청 신경 써서 했어요"라 말했다. 세상에... 우리 선수들이 미디어를 진심으로 신경 쓰고 팬들에게 최고의 메시지를 전하려 노력했다! (맘 속에서 아이고 이뻐라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다른 업무일정들 때문에 파리에 동행하지 못했던 해이지만, 그들의 모든 인터뷰를 다 실시간으로 챙겨 보고 현장 소식을 계속 들어 이미 알고 있었다. 엄지 척, 공항에서 마주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칭찬을 하고 또 했다.
오늘날 LoL E스포츠 선수들은 10년 전보다 훨씬 말을 잘한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이제 인터뷰의 도사가 된 수준이랄까.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서사를 남기며 2022년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했던 DRX의 김혁규 선수는 "중꺾마" 발언으로 이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늘 무엇이든 배우고, 알고, 연습해야 준비가 된다. 10년 전 이래선 안 되겠다는 마음에 팔 걷어붙이고 기획하여 모두의 도움으로 진행했던 LoL 프로게이머 미디어 트레이닝. 그 시작이 있었기에 지금 E스포츠 선수들의 발전된 인터뷰들이 보일 수 있다 본다.
돌아보니 10년 전일이라니. 새삼스럽기만 하지만, 그 시작 그즈음에 우리 모두는 이토록 진심으로 공부하고 연습했었다.
<7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