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소소 Feb 06. 2023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비자발적 집순이모드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일들을 다 말할 순 없고 어찌하다 보니 비자발적 집순이(백수란말은 쓰기 싫어)가 되어서 보낸 지 3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 상황에 닥쳤을 땐 시원 섭섭했고 그 뒤엔 화가 났고 억울했고 그러고 나니 이젠 잘됐다 싶은 맘이 들었었다. 내가 또 언제 이런 시간이 생길까 생각도 들어서 잘 보내기로 맘을 먹었다.

그 와중에도 내 멘탈을 잡기 위해 노력을 했다. 성격이 털털하고 잘 잊어버리기에 쿨한듯해도 세상 노쿨한 인간이라.


나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질까 그게 굉장히 우려된 부분이 있었다. 회사 다니면서도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해서 이젠 덩그러니 집구석에 있으니 얼마나 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을지 몰랐기에.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한동안은 이것저것 계획도 세우고 사람들도 많나고 은근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째 접어들면서 이것도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라. 그래서 맘 잡으려고 여행을 떠났고 그래도 여행 간 동안은 즐겁고 신났다 뿌듯했고. 근데 것도 또 잠시뿐이다. 어차피 통장에 있는 돈 까먹음서 노는데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일

한 친구는 내 걱정해 주는 듯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얘기하는데 한참을 신나게 떠들고 집에 왔더니

이게 내 걱정을 한 건지 본인 미래를 위해 나를 시뮬레이션하는 건지 알쏭달쏭했다.

난 얻은 게 없네? 내가 시간 들여 찾아보고 알아본 내 얘기만 잔뜩 털렸다 젠장.

정년보장에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받는 네가 본인미래걱정 얘기할 때 뭔 소리냐며 끊었어야 했는데

너무 술술 다 풀었어.


밖에 나가면 커피라도 한잔 마시니 다 돈이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려니 죽겠고

내가 커피 한잔 마시는 거에도 손 떠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별로다.

이젠 뭐라도 좀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아직 등 따시고 배부른가 막상 또 알아보려고 하니깐

왜 이렇게 안되는지. 내가 덜 간절했나 보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을 해야 하는데 참 쉽지 않네.

말로는 첫 단추가 어렵다 잘만 뱉어 냈지. 그래 뭘 해도 다 똑같을 텐데 하면서 수도 없이 자기 암시중.


오늘도 이렇게 집 근처 카페에 컴퓨터 들고 나와서 신세한탄 겸 끄적여보고 있다.

이렇게 생각만 줄곧 하다가 또 하루가 가겠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이럴 때 잔고 한번 보면 정신이 바짝 들겠지? 아주





작가의 이전글 이제 실감 나는 2023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