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어졌을 때, 나는 심리학을 선택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고.
이를 다루는 학문에 대해 찾아보니 인문학, 철학, 심리학이 있었다.
그중 가장 끌렸던 것은 심리학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컨설팅펌 Kearney의 현보님과 2년째 이어온 북클럽 ‘리더의 서재’였다. 그곳에서 만난 인간 본성에 관한 책들은 꽤 흥미로운 ‘썰’을 풀고 있었다. 인간 본성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데이터로 검증해 나가는 과정.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건 내가 매일 회사에서 하는 일과 판박이였다.
광고홍보 현장에서도 우리는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PR 캠페인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들이 낚이기를 바라며 온갖 시도를 하지 않는가. 타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전략을 짜던 내게, 심리학은 그 전략의 근거를 가장 정교하게 설명해 줄 ‘비밀 지도’처럼 보였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심리학은 인간의 변하는(!!) 본성을 유연하게 풀어내며 단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수학처럼 딱 답이 있는 게 아니고 열린 결말의 학문이라고 답답해 할 수 있는데, 이건 다 변산성, 즉 늘 변하는 인간의 속성상 어쩔 수 없다.
여담이지만 20대의 필자는 사실, 뭐든 답을 찾으려고 했다.
답을 찾지 못하면 힘들어하고 좌절에 쉽게 빠졌었다.
왜 세상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인생이 원하는 대로 잘 흘러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 이리 저리 부딪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겪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내가 왜 이러지?'라며 답을 찾으려는 시도가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오늘도 뭔가 그냥 기분이 꿀꿀했다 행복했다 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마음 편한 게 최고다.
그 무렵, 나의 마음 상태는 'I love people, but I hate people'이라는 지독한 양가감정에 갇혀 있었다. 11년의 직장생활 끝에 찾아온 번아웃은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안겨주었다. 사람이 싫어서 도망치고 싶다가도, 결국 사람에게서 힘을 얻는 모순적인 나날들.
결국 인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평생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피하지 말고 제대로 마주하자.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거, 용기있게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이해해보자."
인간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 결국 인간인 나 자신부터 이해해보고 싶었다.
하여, 사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 이전부터 다양한 심리학, 철학 책을 읽었지만 늘 어딘가 한계가 느껴졌다.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절실했다. 혼자서 심리학이나 철학 책을 뒤적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깊이, 즉 '사실주의'에 기반한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호기심 대회를 한다면 순위권에 들 수 있을 정도로 궁금한 것이 많고, 그와중에 효율성은 따지며, 은근히 깊이까지 추구하는 나름 까다로운 성격을 만족시키려면 대학원이라는 시스템이 최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심리학이 과학적인 수단 또는 수치로 근거를 제시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본성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고 또 유연한 학문인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때로는 심리학이 tactic으로서 작용하면서 본성을 밝히기 위한 수단으로써 요긴하게 쓰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행동경제학, 경제의 역사, 흐름을 다루는 유명 미국 저자들의 책을 읽으며 여럼풋이 느낀 심리학에 대한 인상은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며 규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정답을 찾아 헤매던 사람이, 정답을 찾지 않기 시작하자 세상을 보는 시야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물론 전공 선택 과정에서 나름의 '합리화'도 거쳤다. 내가 사랑하는 광고홍보학의 역사는 (광고를 1900년대부터라 쳐줘도) 이제 겨우 100년 남짓이지만, 심리학은 기원전 4세기부터 현대까지 2,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 않는가. 이왕 배울 거라면 좀 더 묵직한 학문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부끄럽지만 이건 내 안의 학구적 허영심이었을지도 모른다.ㅎㅎ)
돌아보니, 무언가 선택할 때 늘 소거법으로 선택해 온 습관이 있는데, 스스로 무엇을 왜 배우고 싶고, 또 내 안에서 답을 찾다 보니 - 소거법이 아닌 '강화'의 형태로 심리학 석사 결정을 했었다. 인생에서 내린 결정 중 '강화'를 기준으로 선택한 것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게 심리학으로 마음을 굳히고 나니,
이번엔 '어디서' 배울지 결정해야 해얐다.
이미 현업의 많은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고 선배들이 빵빵한 중앙대학교, 광운대학교(조직심리, 산업심리학)와 직장인을 위해 한 발 먼저 심리학 특수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심리융합과학대학원.
그리고 나의 모교여서 등록금 할인의 advantage까지 있었던 한양대학교 상담심리 대학원까지, 쟁쟁한 후보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물론 그들이 다 나를 받아줄 것은 아니지만^_^...선택지가 그만큼 다양했다는 이야기다.
고려대학교 심리과학융합대학원과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대학원 합격 후,
나의 선택은 뜻밖에도 선배 하나 없는 황무지,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대학원이었다.
황무지에 선배도 없는 - 직장인을 위한 첫 심리(과)학 대학원인 연세대학교를 선택한 이유.
왜 굳이 '1기'라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이 낯선 곳으로 뛰어든 걸까?
글쓴이 카리나는..
글로벌 PR과 콘텐츠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 온 12년 차 홍보/콘텐츠 마케터입니다. IT, 헬스케어, 유통 산업 전반에서 브랜드 론칭과 리드 전환에 전문성이 있습니다.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조직의 성장을 함께 합니다.
현재 초기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맡은 PR 디렉터이자, 연세대학교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대학원 사회혁신 심리트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일하는 마음”의 구조와 번아웃, 회복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PR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심리학적 시각을 접목해, 직장인의 정신건강과 건강한 조직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글과 영상으로 전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