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에 대한 관용 자세
커피가 내 노트북 위로 쏟아졌다.
그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단돈 3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로
2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컴퓨터를 사망시킬 수도 있다는 것,
그걸 몸소 체험한 아침이었다.
순간 욱한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아무도 나를 혼내지 않았지만
나 자신이 나를 혼내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괜찮아. 닦자. 얼른 수습하고, AS 가자.”
그렇게 바로 몸이 먼저 움직였다.
AS 센터로 가는 길에 문득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실수 하나에도 나를 한참이나 책망하던 나.
사소한 실수에 울그락불그락 화를 내던
가족이나 연인의 얼굴도 같이 떠올랐다.
우리는 왜 그렇게
서툰 실수 하나에 서로를 할퀴었을까.
나는 생각했다.
실수에도 비용이 있다면,
나는 얼마까지는 괜찮다고 여길 수 있을까?
그래서 기준을 하나 정했다.
내가 한 실수가 5만 원 이내이고, 여파가 1시간 이내라면
언제나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도 관대하자.
그것은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작은 관용의 기준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AS를 받으러 갔더니 노트북은 멀쩡했다.
게다가 AS 기사님은 돈도 받지 않으셨다.
"다행이에요, 안쪽까지 안 들어갔어요."
그 말 한마디에 숨이 풀렸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아마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바보 같아. 왜 그랬어. 조심하지.”
스스로를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실수할 수 있는 나를 이해했고,
빨리 실수를 수습하는 쪽을 담백하게 선택했다.
돌아오는 길,
나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나, 밴댕이 소갈딱지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아.”
그리고 그게 꽤 기분 좋았다.
사소한 실수 앞에서 나를 나무랐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관대함이라는 선택지가 내 안에 생겼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여러분은 얼마짜리 실수까지는 용서할 수 있으신가요?
그 기준은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같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