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 순간들에 대하여
“남자친구가 술에 잔뜩 취한 나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대요. ‘토하는 걸 보고도 더럽지 않으면 결혼해야겠다.’ 그리고 제가 진짜 토했을 때, 그 생각이 확 들었대요. ‘얘랑 결혼해야 하나 보다!’ 라고요.”
이 얘기를 듣고 나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이 찡했다.
그 장면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졌고, 동시에 너무 현실적이었다.
또 다른 회원님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주셨다.
“나도 예전에 신랑한테 처음 술 마시고 토했는데... 그걸 묵묵히 치우고, 아무 말 없이 집까지 데려다주더라. 그리고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이 사람한테 마음이 확 갔어요.”
이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가장 보기 싫을지도 모를 모습’을 본 순간,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애할 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쓴다.
자기 관리도 더 열심히 하고, 화도 참으며, 예쁘게 웃는다.
하지만 정작 ‘삶’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수도, 취할 수도, 실수할 수도 있다.
그 순간에도 마음이 움직이는가?
그 순간에 도망치고 싶지 않은가?
나는 되묻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의 실수를 귀엽다고 느껴본 적이 있었나?”
“내 실수를 보고 도망치지 않았던 사람은 몇이나 있었을까?”
우리는 결혼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곤 한다. 나조차도..
성격 궁합, 경제력, 가치관, 취미, 부모님과의 관계 등등…
물론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내가 듣고 느낀 건,
진짜 결혼의 조건은 생각보다 단순할 수도 있다는 거다.
“이 사람의 민망하고 못난 모습도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걸 보고도, 마음이 더 간다.”
이게 가능하다면,
그 이후의 어려움은 오히려 덜 위협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며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토하고도 귀여운 사람’**이 된 적이 있었을까?
아니면 늘,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다 결국 사랑을 놓친 사람’**이었을까?
결혼이 아직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이제는 이런 마음이 든다.
‘내 안의 서툼도 귀엽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의 그런 사람도 되어주고 싶다.’
혹시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누군가의 가장 엉망인 순간을 보고도, 마음이 더 간 적 있으신가요?
혹은 누군가가 당신의 실수를 따뜻하게 받아준 경험이 있나요?
사랑은 때로 그 엉망진창의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이 결혼이나 사랑을 결심하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