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야 비로소 나아간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멀리 보는 법을 배웠다

by Karin an

내가 첫 서핑을 배운 곳은 송정 서핑학교였다.

그때는 성격 이상한 사람과의 연애를 끝내고,

마음이 한껏 무너져 있던 시기였다. (적고 보니 참… 그때 당시 사람 보는 눈 참 없었다 싶다.)


30대 중반의 나는 그동안 운동을 꽤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핑보드 위에 서지 못했다.
일어나려 하면 곧장 고꾸라져 바다에 처박히기를 몇십 번.

지쳐 있던 나를 지켜보던 스무 살 갓 넘은 선생님이 다가와 물었다.


“왜 자꾸 고꾸라지는지 아세요?”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그는 단호하게 덧붙였다.


“당장 코앞만 보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넘어지죠.
멀리, 나아갈 방향을 봐야 해요. 그래야 보드가 앞으로 나가요.”


그 말에 나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바다 너머를 바라보았다.

모래 너머, 건물 너머, 그 너머의 너머까지.

시야가 멀리 뻗어나간 순간, 신기하게도 몸이 흔들림을 멈추고, 파도 위를 지나 모래사장까지 밀려갔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넘어지는 이유는 균형감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 짧아서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파도 위에 엎드려, 7년 전 그 말을 곱씹는다.


“코앞만 보지 말고, 저 너머를 보라.”


� 지금 나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을까. 코앞인가, 아니면 저 너머인가.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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