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Go다

삶과 현실이 어긋날 때 떠올리는 말

by Karin an

좋아하던 안무가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 그녀가 오래전 치료받았던 병으로부터 다시 아프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그녀의 공연을 보러 갔다.


무대 위에는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그녀가 살아온 시간이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러나 삶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해서
반드시 찬란한 과정이 주어지거나 보상받는 결과만 남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삶도 그랬다.

오랫동안 여러 갈등들과 고민들이 담겨진 일기를 읽던 그녀는

자신의 일기장을 덮으며 우리를 향해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미 중년을 넘어선 흰머리의 무용수는

그녀는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슴 깊이 새겨질 한마디를 남겼다.


“선미야, 못 먹어도 Go다!”


그리곤 한 판 흐드러지게 춤을 췄다.

나는 참던 눈물을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오열하며 그녀의 춤을 바라보았다.


그 장면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내 삶 속에서 불쑥 떠오르곤 한다.


삶과 현실이 어긋나 맞물리지 않을 때,
나는 다시 그 목소리를 떠올린다.



“못 먹어도 Go다! ”



우리는 모두 무대라는 삶 위에서
끊임없이 춤추는 인생이니까.

우리는 모두, 못 먹어도 Go 해야만 살아간다.



“못 먹어도 Go다! ”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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