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여자의 시간

에필로그

by Karin an

더 이상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이 살아나가는 것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쯤이다.

나무 같은 사람을 찾지 말고 나무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나무가 된다는 건,

계절마다 피어나지 않아도

그저 존재로 남는다는 뜻이다.



꽃은 한때의 찬란함으로 세상을 사로잡지만,

나무는 그 모든 계절을 견디며 산다.

꽃이 떨어진 자리마다 옹이가 생기고,

그 옹이는 상처가 아니라

시간이 새겨놓은 무늬가 된다.


여자로서 우리는 너무 오래

‘피어 있어야 하는 존재’로 살아왔다.

예쁨과 젊음, 부드러움과 순종 같은 이름으로

세상이 정한 틀에 자신을 맞추며,

늘 누군가의 기준에 어울리려 애써왔다.


그 재단의 그림자는

나의 할머니에게서,

나의 어머니에게서,

그리고 나에게까지 이어져왔다.

그녀들이 애써서 살고 싶은 꽃 같은 삶의 실패는 오히려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와 늘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꽃의 시절이 지나간다고 해서

삶의 계절이 멈추는 건 아니라는 걸.


나무는 봄에도, 여름에도,

그리고 눈 내리는 겨울에도 그 자리에 서 있다.

뿌리를 깊이 내리고, 가지를 하늘로 뻗으며,

말없이 존재로 살아간다.


때로는 푸른 잎을 틔우고,

때로는 짧은 꽃의 계절을 지나,

색색의 멍든 잎을 흘려보내고,

홀연히 앙상해져도 여전히 살아 있다.

시간은 그 몸에 옹이로 남고,

그 옹이마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새겨진다.


나이 든다는 건 시드는 일이 아니다.

내 안의 계절이 하나 더 늘어나는 일이다.


나는 이제,

꽃이 아니라

시간을 품은 나무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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