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반짝 작은 별
부모님은 명절이면 늘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청소 아주머니께 선물을 드린다. 양말, 식용유 등 큰 건 아니지만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추석엔 웬 일인지 선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꽤나 친하게 지내던 아저씨 한 분이 일을 그만두고 새로 온 분과는 아직 정이 들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무래도 마음이 쓰였는지 선물을 줄까 말까 나에게 물어봤다.
처음부터 주지 않았으면 몰라도 주다가 안 주면 선명하게 표시나지 않을까요?
이 말을 듣고 부모님은 추석 당일 저녁, 부랴부랴 식용유 세트를 사다가 선물했다.
선물의 효과는 그날 밤부터 바로 나타났다. 평소 방문 차량을 달가워하지 않는 경비 아저씨가 집을 찾아온 언니네를 그 어느때보다 반겨주고 좋은 자리에 주차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 네 덕분이네?
선물을 하지 않으려다 하게 된 이유를 들은 언니가 우스개 소리로 한 말이었다.
오늘 아침, 갑자기 경비실에서 호출이 왔다. 멀쩡한 기타 하나를 챙겨놨다고, 기타 좋아하게 생겼는데 한번 와 보라고 했다. 통기타를 떠올리며 신나게 달려갔지만 손에 들린 것은 쇳덩이같은 전자 기타(일렉 기타)였다. 차마 이건 제 취향이 아니에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 후 그대로 방에 가져왔다. 이걸 가지고 있어도 내가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어머니께 말씀드려 도로 내놓기로 했다.
기타는 내 방을 떠났지만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과 추석 선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 해도 푸근한 경비 아저씨의 마음으로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나의 우쿨렐레를 연주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어제 문득 꺼내놓은 참이었다. 요즘 이런 일이 많다. 생각지도 못한 일 하나가 생기면 여러 사람 또는 여러 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에피소드들. 몇달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자신 있는 곡은 반짝 반짝 작은 별이다. 잘하지 못하지만 연주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악의 힘이란.
그나저나 내가 정말 기타를 좋아하게 생겼나.
기타를 좋아하게 생긴 건 어떤 생김새일까.
비가 올듯 말듯 흐린 하늘이지만 마음의 별이 반짝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