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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스러브 이유미 Mar 22. 2022

#1. 출간일 D-day 22일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책 제목은 어떻게 결정할까요. 

사춘기 딸과 함께 쓴 책이 4월 13일 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와 딸이 쓴 책은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청소년 우울증 딸과 우울증 엄마의 화해와 치유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예요. 우울은 때로는 분노, 때로는 무기력의 얼굴을 하고 서로를 생채기 냅니다. 그렇게 서로를 아프게 하고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책을 쓴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더라고요. 나의 생각, 이야기가 담긴 책이 세상을 떠돌며 낯선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친구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어요. 책이 아니라면 누가 300페이지나 되는 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까요. 책이 아니라면 누구에게 저의 속마음을 그리 여실히 말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건 생각지 못한 일인데요. 출간을 22일 앞두고 그런 설렘에 가슴이 두근두근 해요.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정체를 알 것 같은 불안감과 알 수 없는 불안감까지 몰려와 머리가 하얘져서 자꾸 돌아다니고, 먹고 있어요. 이런 마음은 딱 이때가 아니면 못 느낄 감정이라 출간 전 22일의 기록을 글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책을 한 권 읽기 시작했어요. 제목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 저자가 일기를 쓰는 이유.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다른데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말고 순간을 기록해서 붙잡으라고 다정하게 말하는 저자의 글이 참 좋았어요. 이 책을 봐서일 것 같아요. 지금의 불안도 오늘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나만의 감정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에서 뽑은 문장들이에요.

삶이라는 건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으니까요
나한테 중요한 것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불행해지고 만다는.
이런 마음을 내내 안고 살지 않으려면
나한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잊지 않도록 어디든 적어두어야 했습니다.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오늘의 기록 : 제목을 뭘로 할까요.


책 제목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제목은 거의 마지막 단계에 진행됩니다. 제안과 수정을 여러번 거치고, 최종 저자의 의견과 편집팀, 마케팅팀의 회의를 거쳐 정해진다고 합니다.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요. 


어제 출판사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책 제목을 정해야 한다며 최종 수정된 2개의 안을 보내주셨어요. 첫 번째(왼쪽)는 제가 글쓰며 제안한 제목이고, 두번째(오른쪽)은 편집자님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글을 제목으로 제안하셨어요. 


첫 번째 제목 안

내가 죽으면 엄마가 슬플까 봐

- 예민한 엄마와 청소년 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이유미 이하연 지음


내가 죽으면 엄마가 슬퍼할까 봐 그냥 살아요.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살아만 있어.


이 제목은 딸이 제게 했던 말이에요. 죽고 싶다던 딸이 자신이 죽으면 엄마가 슬플까 봐 그냥 산다고 하는 말이 참 마음 아팠는데 그렇게라도 살려고 하는 딸이라 다행이었어요. 끝까지 가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냥 살아서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 아이는 할 일을 다 한 거라는 걸요.



두 번째 제목 안

그냥 살아만 있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 우울증 엄마와 죽고 싶었던 10대 딸의 화해를 향한 여정 - 


                                                                               이유미 이하연 지음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들, 
                                                              함께 어두운 터널 밖으로 나오다.


이 제목은 제가 딸에게 했던 말이에요. 아이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기 버거웠어요. 같은 곳에 있지만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기분. 그런데 딸만 앨리스가 아니었어요. 저도 저만의 이상한 나라에 사는 앨리스더라고요. 그 앨리스들은 어떻게 함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을까요. 이 이야기가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어요. 



두 개의 문장 모두 제게는 의미 있는 말이라 선택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주변에 물어봤어요. 엄마들이 대부분이라 제목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같은 글에도 느끼는 온도가 이렇게 다르구나 느꼈어요. 주변의 의견이 거의 반반이라 더 결정하기 어려웠어요. 출판사에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데 제목을 선택하는 일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하연이(딸)는 2번 제목이 부드럽고, 음률이 있어서 좋다고 했고요. 주변에 물어본 1차 독자들은 1번, 2번이 거의 비슷 했어요. 저는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의 느낌이 좋겠다는 생각에 2번으로 출판사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두개 모두 애정이 가는 제목이에요.


책의 교정교열은 편집자와 진행하지만 제목부터 표지는 마케팅 부서와 협의를 한다고 해요. 마케팅 부서는 전적으로 제 시선으로 쓴 책이 독자의 시선과 맞닿도록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하네요. 제가 전달한 의견을 참고해서 최종 제목을 결정하겠지요. 제목이 결정되면 다시 기록하겠습니다.


이렇게 적으니 오늘 제가 할 일을 다 한 기분이 드네요. 첫날의 기록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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