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 약속시간에 민감한 경계
추석, 연이틀 시댁 식구 챙기고 오늘은 친정 엄마 보고 친정아버지도 뵈러 가야 한다.
어제 함안에서 시할머니 뵙고 납골당, 산소 갔다 오는 길에 진해 들렀다 오려고 했는데 집에서 선물을 안 챙겨 와서 못 갔다.
오늘은 친정 엄마 점심때 잠시 만나서 밥 먹고 나서 친정아버지도 뵙고 오려고 미리 식구들한테 이야기를 해 놨다. 시간 다 돼도 일어나지 않는 남편, 깨워도 계속 잠만 자는 남편이 경계다. 나를 요란하게 하는 게 특기인 남편.
일어나지 않는 남편이 내 속을 뒤집으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어쩜 저리 배려가 없을까, 우리 친정식구 만나러 가는 게 그리 귀찮나 망념이 든다.
망념이 크다. 그래도 섭섭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며 도를 닦는다.
아들도 답답했는지 나 대신 아빠를 깨운다.
아빠가 늦으면 버리고 가라 했다고 웃으며 내 마음을 풀어주려고 한다.
암말 않고 잠자코 있다가 더 늦으면 진짜 늦을 것 같아 애들만 데리고 엘베를 불러 탔다.
"진짜 버리고 갈려고?"
"버리고 가랬다며?"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
걱정하는 아들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아들이 남편한테 전화해서 준비 다 했냐고 묻는다. 그제야 준비 다 했다는 남편은 지하 1층으로 나온단다.
한참 기다렸다 남편을 태웠는데 운전이 곱게 안된다.
"살살 운전해라."
남편이 간섭하니까 더 곱게 운전이 안된다.
일찍 나오면 서두를 일이 없을 텐데.
노래를 틀어도 따라 부를 맛이 안 난다.
남편이 못마땅한 내 마음을 챙기며 20분 동안 운전하다 보니 주차장 다 도착할 때쯤 나도 모르게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언제쯤 남편의 어정거림도 요란하지 않으려나.
시댁 갈 땐 어정거려도 화가 안 나는데 친정식구 만나러 갈 때마다 더 요란해지는 내 마음을 만난다.
조급한 마음을 느긋하게 돌리는 공부. 나를 조급하게 하는 남편에 대한 원망을, 느긋함 공부하게 하니 감사한 마음으로 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