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퇴근하며 집에 가서 내일 수업을 준비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집이 어질러져 있어서 좀 치우고 아이들 밥도 챙겨 먹이고 글쓰기도 하고 줌으로 온라인 모임도 하고 나니 이미 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수업 준비해야지 생각했는데 일찍 일어나도 할 일이 자꾸 눈에 보인다. 새벽에 빨래를 돌리고 가스레인지 위도 정리하고 내어 놓아야 할 재활용 쓰레기도 좀 정리한다. 명상을 빠뜨렸구나. 잠시 식탁에 앉아 명상을 하고 나니 마음이 더 고요해져서 서두를 생각마저 쑥 내려간다. 느긋하게 청소하고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한다. 그러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니 또 조바심이 솟는다.
PPT도 준비해 두었고 학습지도 준비해 두었는데 뭐. 오랜만에 체육관이 아니라 교실에서 이론 수업을 하려니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멋지게 수업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적당히 대충하면 되는데 그게 만족이 안 된다. 수업 준비가 잘 되고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을 아이들이 잘 흡수한 것처럼 느껴지면 그것만큼 만족감이 큰 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만족감을 쫓아 또 준비하고 더 준비하고 이렇게 멘트할까? 아니야, 저렇게 말하는 게 더 좋겠다. 머릿속으로 열 번, 스무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시간은 째깍째깍 가는데 마음 일기를 쓰려고 앉은 이유는 나의 이 욕심과 조급함을 공부해 보고 싶어서다. 서두르지 않아도 별 탈 없을 거고, 이만하면 충분히 되었다 하고 멈출 수 있기를. 그러면서 내가 꽂힌 그 한가지 말고 놓치고 있는 다른 것들도 두루 챙겨볼 수 있기를. 일부러 다른 데 집중하는 공부 중.
심장이 답답하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어깨와 목덜미가 바짝 당긴다. 스트레스 심할 때 나오는 증상이다.
아! 나는 내 일을 성에 차지 않게 준비했을 때 이렇구나. 그래서 일이 급하면 가족이고 집안일이고 다 내팽겨쳐 두고 오로지 일밖에 없는 사람처럼 굴었구나.
아이들이, 남편이 나에게 섭섭해하고 과하다고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었구나.
그 스트레스에 둔감해지는 공부 중. 아침 수양 중.
오늘 공부 삼아 일 외면하는 연습 중. 그런데 이런 것도 공부가 되나....
아이고 요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