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한 잔소리 장전 완료

아들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by 강혜진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해도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를 바 없다고 늦잠을 청하는 가족들이 작년과 바뀌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일찌감치 같이 가자는 욕심을 접었다.

작년엔 6시부터 해돋이를 볼 거라고 나갔다가 7시 50분이나 되어서야 산등성이 위로 올라오는 해를 보고는 느지막이 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6시 조금 넘은 시각. 인기척이 나길래 내다보니 아들이다. 왜 이리 일찍 일어났냐 물으니 해돋이 보러 가야 한단다. 내심 반가운 마음에 웬일이냐 물으니 엄마 말고 친구들이랑 같이 갈 거란다.


아들은 작년의 나처럼 일찍 집 밖으로 나섰고 나는 한 시간쯤 뒤인 7시 30분에 강아지 데리고 집 옆 공원에 올랐다.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해가 반짝 나오기 직전에 차에서 내려서 해를 보고 강아지와 산책 한 바퀴 한 뒤에 차에 올랐다.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등명산 꼭대기까지 올라서 해돋이를 보고 내려가는 길이라 한다. 내가 있는 공원 쪽으로 내려온단다. 친구들과 넷이 해돋이를 보았다고 한다. 추울 텐데 뜨끈한 국밥 한 그릇 사 줄 테니 얼른 오라고 했다.


전학 오고 나서 쭈욱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넷이 모여있었다. 그중에는 파키스탄에서 온 친구도 있었는데 종교 문제로 돼지고기는 못 먹는다고 한다. 아침에 문을 연 식당이 몇 군데 없어 알아보다가 김밥 천국으로 들어갔다.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고 했더니 김치찌개에 돈가스, 김밥에 치즈 라면까지 야무지게 골고루 잘 시킨다. 아이들 옆에서 나도 뜨끈한 국물 한 그릇 하고 집에 있는 남편과 딸을 위해 참치 김밥 두 줄을 주문해 왔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해진 아들은 친구들과 더 놀다 가겠단다. 그러라고 했더니, 당구장엘 가겠단다. 그래, 그래라. 며칠 전에도 당구장 이슈로 혼을 냈었다. 당구장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엄마, 아빠 의견에 아들은 당구장은 그런 나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그때 결론은 이거였다.

“엄마가 늘 네가 어디 가는지, 가서 뭘 하는지 감시하고 일일이 지적할 수 없으니, 어디에 있더라도 엄마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학생의 본분에 어울리게 해라.”


그렇게 말해 놓고 새해 첫날부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가 뭣해서, 속이지 않고 엄마한테 새해 첫날부터 당구장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들이 참 건강한 것 같아서 나는 결국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그 후로도 한참 친구들과 밖에서 놀다가 술래잡기하다 친구의 패딩을 찢어 먹었다고 수선집을 전전하며 걱정하다 결국 나에게 전화했다. 수선집 말고 AS 보내라 말하며 오늘 새벽에 나가 저녁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너무 밖에서 오래 노는 것 아니냐, 적당히 못한다고 잔소리를 퍼부었더니 아이가 그제야 집으로 들어왔다.

패딩 찢어진 아이 엄마에게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고 비용은 드리겠다며 AS 맡기시라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시며 며칠 전 축제 때 아들이 공연했던 동영상을 보내주셨다.


축제 끝나고 교무실에 불려가 혼이 났다는 그 공연이 어땠는지 나도 한참 궁금했었다. 아들은 여자 역할, 패딩 찢어진 친구는 남자 역할로 댄스 공연을 했는데 지켜보던 나도 아주 민망할 정도로 선정적인 춤을 추는 영상을 보며 당장 불러내 크게 혼을 내고 싶은 마음을 잠깐 심호흡하며 진정시켜본다.

작년엔 북한도 무서워 벌벌 떠는 중 2였으니 그러려니 하고 간섭하고 싶을 때마다 내 마음 먼저 들여다보며 도를 닦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들이 행동이 그리 혼낼 만한 행동이 아니어서 엄마, 아빠가 참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들이 그래도 되는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자꾸 선을 넘고 도가 지나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오늘 저녁엔 잠시 시간을 내 대화를 하고 지켜야 할 선을 명확하게 그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 일과엔 저녁 먹고 차 한잔하며 아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자신감과 만용은 다른 것이니 구별하라고, 내가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피해를 줄 땐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아닌데 내 친구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냥 두지 말고 멈추라 말해줄 힘을 기르라고, 그래도 내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친구들이라면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고. 그리고 혹여나 내가 그런 친구라면 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아이에게 오늘은 단호하게 알려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