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발적 싱글은 아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 상당한 시간을 내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결혼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했다. 이런 나에게 어느 날 아버지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결혼하고 나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지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도 안타까워하시며, 지금 이 시간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평생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데 지금 나에게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이때를 누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부모님은 그래서 내가 언젠가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글쓰기를 '브런치'를 통해 실천하고 있는 것을 응원해주신다. 우리 부모님의 응원처럼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금요일 저녁마다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이다. 워낙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 챙겨보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거의 한 주도 빠짐없이 본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현재 싱글로 살고 있는 나의 삶을 더 즐겁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배웠다.
다양한 출연자들의 삶을 보는 것이 재미있지만, 나는 특히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집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몇 년 전에 해물 뚝배기 파스타를 만드는 것이 방영된 적이 있다. 레스토랑에서 뚝배기 파스타(메뉴 이름이 '빼쉐'였다)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서 나중에 따라 만들어보려고 요리과정을 보여주는 방송 장면을 캡처해서 저장해뒀다.
<나 혼자 산다> 해물 뚝배기 파스타
최근에 걸그룹 멤버 세정씨가 출연한 '나 혼자 산다' 방송에서 누룽지를 뚝배기에 끓여먹는 장면이 나와서 뚝배기를 가지고 뭔가를 해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뚝배기 파스타에 대한 기억이 소환됐다. 예전에 캡처해둔 방송 장면들을 다시 꺼내보며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해물이라고는 냉장고에 새우밖에 없어서 아쉬웠지만 빼쉐는 얼큰한 국물이 생명이니 국물에 신경 쓰기로 하고 소스 계량을 방송 그대로 따라 하려고 신중을 가했다. 밥숟가락으로 계량해서 스파게티 소스와 고추장을 3:1 비율로 넣고 치킨스톡과 페페론치노로 국물에 감칠맛을 냈다. 찌개처럼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크흐, 얼큰했다. 삶은 스파게티 면을 국물에 넣고 한소끔 더 끓인 후 뚝배기째로 먹었다. 뜨끈하게 속이 풀리는기분이었다. 누룽지를 이 국물에 넣고 끓이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집에 누룽지가 없어서 빵 한 덩이와 함께 입 안의 매운맛을 진정시켜가며 한 뚝배기 뚝딱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