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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Jan 24. 2018

감정전염,  매너가 좋은 연애를 만든다.

연애법 스물 여덟째

우리는 연인의 감정으로부터 쉽사리 자유를 얻지 못한다. 타인의 감정은 우리가 타인의 표정, 음성, 몸짓을 모방(mimicry)하고, 모방한 요소가 일으키는 생리적 변화로부터 감정을 경험하는 피드백(feedback) 과정을 거쳐 전염되기 때문이다.* 감정전염(emotional contagion)은 타인의 처지가 어떤지, 무엇이 그의 행복과 불행을 가름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연인의 감정에 너무나 쉽게 휩싸이곤 한다.


연인의 표정은 다른 누구의 감정보다 더 쉽게 전염된다. 우리의 모든 감각기가 연인에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의 찡그린 표정, 경쾌한 목소리, 들썩이는 어깨를 통하여 온갖 감정이 쉽게 우리에게 전염된다. 그래서 우리는 연인이 별 말하지 않아도 그의 행복, 슬픔, 불안, 분노를 짐작하고,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는 까닭을 “내가 그를 사랑하고, 내가 그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이라는 데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


"사랑의 깊이는 감정이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고, 지식의 넓이는 감정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가능성에 불과하다."


사랑의 깊이와 지식의 넓이와는 무관하게 연인의 감정은 우리에게 전염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과 지식만이 아니라 연인을 대하는 기본적 태도를 더 깊이 신경 써야 한다. 자신의 사소한 표정이, 가다듬지 않은 목소리가, 긴장하지 않은 몸짓으로 슬픔과 불안, 그리고 분노가 행복만큼이나 연인에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항상 자신을 가다듬고 연인 앞에서는 태도를 우리는 매너(manners)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매너는 또한 우리가 연애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태도이다. 연인과의 감정적 유대는 연애에서 얻을 수 있는 큰 행복이다. 자신의 행복을 공유하고, 슬픔을 나누며 자신의 삶의 장면들을 연인과 함께 꾸려나가는 일은 연애에서 얻을 수 있는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나 나와 연인의 모든 감정에 연인과 내가 노출될 필요는 없다. 감정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을수록 연인에 대한 민감성과 취약성이 커지고, 그 결과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즉 감정을 맞댄 면적의 크기가 연애를 불행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불필요한 감정의 접점을 신중하게 관리하여 감출 줄도 알아야 한다. 적어도 연인이 생활의 문제로 취약한 순간에는 말이다. 그러므로 감정전염을 관리할 수 있는 매너는 좋은 연애를 위하여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태도가 된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신사(gentleman)를 정의한다"라는 뜻이다. 영국에서 12세기경부터 사용되었고, 17~18세기 신분제가 붕괴된 이후 ‘매너’가 개인의 사회적 위치를 구별하는 문화적 기준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역사적 문장이다.)



끝으로 매너는 신사를 만들고, 매너는 좋은 연인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매너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특히, 자신의 감정에 타인이 동요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존중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사소한 표정 하나, 목소리 한 음절, 몸짓 하나가 타인에게 옮겨가 타인의 평온을 깨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매너를 연인에게 기대하곤 한다. 그 연유는 단순히 매너 있는 사람의 멋스러움을 동경하기 때문은 아니다. 또 연인에게 대접받고 싶은 마음 때문만도 아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매너를 덜 불안하고, 덜 위태로운 연애를 함께 할 좋은 연인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 Hatifield, Elaine, John T. Cacioppo and Richard L. Rapson. 1994. Emotional Contagion.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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