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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Jun 29. 2018

이름

삶과 운명에 미치는 힘.

우리는 이름을 갖고 산다. 그저 갖고, 또 그것으로 불리는 것에 이름의 의미는 한정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름에 때때로 갇히고, 이름에 눌리기도 하고, 또 이름을 갖기 위하여 발버둥 치면서 주어진 시간을 산다.


우리는 모두 이름을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딸이거나 아들이며, 누군가에게 선배이고 후배이다. 그것들은 모두 우리의 어깨 위에 놓인 삶의 무게이다. 우리는 우리가 갖는 이름에 걸맞은 태도와 행동으로 타인을 대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름이 부여한 바른 삶의 자세로부터 때때로 자유로울 수 없다. 특별히 좋은 딸 혹은 아들, 든든한 선배이자 살가운 후배로서 살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름에 걸맞은 역할은 항상 우리 자신의 삶을 평가받게 만든다. 그러므로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삶에서 이름은 책임지고, 때로는 견뎌야 할 인생의 무게가 된다.


우리가 가진 이름의 수는 때때로 늘어난다. 곧 우리는 항상 현재 불리는 이름에 한정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 삶의 많은 날들을 자신이 불리고픈 이름을 얻기 위하여 쓴다. 그 이름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가진 이름으로부터 얼마쯤은 벗어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이름은 쉽게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려는 이름은 쉽사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이름은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현재의 이름은 미래를 향하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된다. 


우리가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으면, 현재의 이름이 운명을 붙잡고 있는지에 대하여 알 수 없다. 주어진 삶 위에서 곧게 서 있기 힘들도록 위에서 아래로 자신을 누르던 이름이 앞으로 나가려는 자신을 뒤에서 붙잡아 당기는 힘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다.


발은 운명의 상징이라고 했다. 부은 발과 절뚝거리는 다리는 정상적이지 않은 삶을 상징하는 신화적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발로써 버티고, 다리로 걷는 것은 운명 속에서 이뤄내는 삶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삶과 운명에 힘을 지닌 이름은 발로서 굳건히 서고, 앞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때로 막는 무엇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무엇인가로 존재하는 한 그렇게 있기 위하여 무게를 견뎌야 하고, 무엇인가로 존재하려고 결단하는 순간 나를 붙잡는 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곧 이름이란 사소한 것이 아니며, 항상 곱씹어보아야 할 삶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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