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when Dec 22. 2022

무력한 하루

큰 변화를 겪었고, 여전히 겪고 있는 중이다. 일상을 채우던 수많은 반복적인 일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들은 생활의 쓰레기통에 던져져야 했고, 그렇게 됐다. 다만, 변화가 완성된 것은 아니라서 새로운 생활의 공식을 만들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 이상 지금 내가 내린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묻지 않게 됐다. 어차피 내가 마주한 상황을 내가 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괜찮지 않으면서도 또 더 이상 괜찮을 수 없으면서도 괜찮다고 하는 것뿐이었던 것 같다. 터져버릴 것들 앞에서 더 이상 불안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이유를 잃었다. 그래서 선택을 했고, 더 이상 다른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되물음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후회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황이 괜찮아진 것은 아니다. 큰 변화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갑작스럽게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을 끌고 왔던 내 나름대로의 성실한 인내는 불안과 위기가 오더라도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어졌으며, 앞으로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부서지지 않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상상태라고 믿었던 것의 파열은 그것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나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스스로 문제 삼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근래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덩그러니 놓인 것만 같은 방 안에서 무기력해졌다는 생각을 특히 자주 하게 된다. "잘 지냈니?"라는 질문이 이렇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을지 그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변화를 더 크게 체감한다. 그래서 무기력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변화는 쉽지 않으니까, 하루쯤은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하루로 못 박는 것은 더 긴 방황을 생활에 허락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를 쓰고, 또 오늘처럼 에세이를 짧게라도 쓰면서 생활을 기록하려고 한다. 무력한 방황을 하루 이상의 생활에 두지 않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정리될 수 없는 생각, 쉽게 정리되지 않은 생각 때문에 단어의 조합만 종이에 남아 있을 뿐 하나의 흐름을 가진 생각이 생산되지는 못한다.


여유를 가져야겠지?


무거운 마음이 놓인 시소 반대편에 삶을 정상으로 돌리는 규범 같은 마음의 질문을 둔다. 침잠하는 만큼 그 질문은 하늘로 솟구쳐 더 잘 보이게 되니까.


그렇게 내가 내린 선택, 바깥이 만들었던 결정으로 구성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내일도 아마 반쯤은 삶에 통제력을 가지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보다 기대를 잃은 인내로 살아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 같다. 다만, 어떤 방식의 삶이건 조금 더 낫게 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