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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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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Dec 05. 2022

사랑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황인숙 시인의 "어둠의 빛깔"이라는 시에서 화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다.


쉽게 보낸 시절이

달리 떠오르지 않지만

태어나서 가장 힘든 것 같은 시간이었다

질척 어둠을 휘적휘적 걸으며

내뱉었다

"비참할 정도로 피곤하구나!"

비명을 지르면

좀 낫기도 해서



화자의 말이 근래 정말이지 와닿는다. 10대 초반을 지나고서는 쉽게 '보낸' 시절이 달리 떠오르지 않지만, 지금 정말이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미 끝이 아닌 길을 잃은 하나의 여정을 거칠게 마감하며 고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날은 지난날로 두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시간을 지나 지난날이 어쩌면 거짓이었지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다시 거짓이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비참할 정도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 같다.


결국 감정이 끓어올라도 허공에조차 뿌리지 않았던 마음을 나는 지금 무심코 툭 뱉어내고 있다. 꾹 참아두었던 화가 불쑥 거친 말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아마 정말이지 쉽지 않은 시절이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것은 없을까, 하고 간신히 머리를 짜고 몸의 어딘가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뱉으면 내 속에 남지 않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떠 올려 본적 없던 거친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내게는 쉽지 않은 시절을 다시 또, 다시 더 어렵게 만드는 것만 같다. 결국 나를 한데 버리는 것 같다랄까.


지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나를 스스로 지키는 것인지, 사랑하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삶은 언제나 계획 바깥에서 현실이 되는 것이지만, 힘에 부치다는 이유로 그동안 가꿔온 모습을 던져버리는 것이 정말이지 나를 위해서 좋은 것인지, 혹은 온당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나를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알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시간을 보내며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을 알 수 없다면,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답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삶에서 중요하다면, 온당한 모습의 사랑을 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는 태도와 행동은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다. 그렇다면 위기의 순간인 지금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하는 일은 어떤 것인지 답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찾아보려고 한다. 다시 시작하려면 사랑함이 무엇인지 답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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