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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Nov 18. 2022

조바심을 참고

11월은 아직 나를 지나치지 않았다.

삶의 한 축이 무너졌다. 나는 그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먼지처럼 무너진 자리에 건질 수 있는 것이 눈에 들지 않았다. 그것을 쌓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에 이제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은 내 삶을 마주하며, 자꾸만 조바심이 났다. 


삶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객관적 입증이 정기적으로 찍히는 통장 내역처럼 생활의 어느 부분에서 내 눈에 들어오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무엇인가 끼워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채워 넣으려고 몸부림칠수록 잘 쌓이지 않은 것들이 내 몸에서 먼지처럼 떨어져 나갔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어보지 않은 것들, 그것에 대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이 먼지라 이름 붙인 가루의 입자를 이루었다. 약간의 시간을 두고 찬찬히 쌓아간다면 내게 큰 힘이 될지도 모를 것들이었다. 그러나 급히 서두르는 탓에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나는 빈 손이 되어갔다.


벌리려 했던 일을 멈췄다. 그리고 펴 놓았던 것들을 다시 거두기로 결정했다. 처음 한 것은 쓰려던 것들을 멈추는 것이었고, 다음 한 것은 빌렸던 책을 반납하는 일이었다. 채워서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 화면 위에 띠워진 커서를 오른쪽으로, 또 아래로 밀어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비로소 억지로 끼워 넣은 것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무엇도 쓰지 못했던 지난 며칠의 시간이 왜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억지로 끼워 넣는 일을 멈췄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써왔던 것들, 이제는 중간을 지나쳐야 할 것 같은 것들을 앞에다 놓았다. 정리하고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잘 읽히지 않고, 정리되지 않아 답답한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싶지 않은 그것들이 내 토대이고, 자산이라 믿으며 다시, 다시를 속으로 외치며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애쓰고 있다.


삶을 조심스레 곱씹어보기로 했다. 쓰였어야 했지만 쓰지 않은 것들, 쓰지 말았어야 했지만 썼던 것들을 찾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생활과 삶에서 자리해야 할 위치를 정하고, 다시 집중하기 위해서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 


아까운 마음이 들지만 버려야 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가 오지 않아 잘 담아서 한편에 두어야 하는 것이 적지 않았다. 지난 몇 주 동안 내가 내 삶을 지나치게 방치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조바심, 그것이 삶을 흐트러트리고 있었던 것이다. 들 수밖에 없는 마음이 내 삶을 덮치지 않게 하며,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11월이 다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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