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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Mar 17. 2023

위로가 필요한 날

가끔, 아주 가끔 위로가 필요해진다. 마음의 무게가 발을 짓눌러 걸음이 더디게 될 때, 그때 위로가 간절히 필요하게 된다. 


다만, 내게 필요한 위로는 다른 사람이 내게 건네는 마음과 행동이 아닌 경우가 많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삶의 어떤 서사의 무게를 느끼고 살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를 위한 타인의 위로가 나를 무겁게 하고는 한다. 타인과의 대화가, 대화에 섞인 공감이 너무나 위로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찾을 수 있는 것도, 찾아서도 안 되는 것이기도 하기에 내가 필요한 위로는 대개 다른 것이다.


내가 가끔씩 찾는 위로는 내 마음과 몸에 고인 눈물이 바깥을 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살아가며 점차 내 눈에 보이고, 살갗에 닿는 일들에는 눈물이 나지 않게 되었다. 슬퍼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살아내야 하므로 살다 보면 무슨 일이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다짐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눈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눈물을 흘려야 할 때, 흘리지 않는다고 그 눈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음에 고이고, 때로는 몸에 쌓인다. 잠기지 않으려면, 눈물을 흘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괜찮아질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 한 명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위로가 필요할 때, 좋아하는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듣는다. 가끔은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내가 앉아있던 자리를 멀리서 바라보고는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가슴으로부터 시작해 목을 타고,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오고, 결국 마음의 압력이 눈물을 쏟아내게 만든다. 


위로가 필요한 금요일 아침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좋아하는 장면들을 찾아봤다. 완(고현정 분)이 난희(고두심 분)에게 미움 아닌 미움을 품게 됐던 어릴 적 기억을 이야기하며 분노에 차 깬 꽃병 파편에 다친 완의 손을 난희가 보고 오열하는 장면, 희자(김혜자 분)가 정아에게 자신이 가장 힘겨웠을 때, 정아를 찾았지만 정아는 삶의 무게 때문에 거기에 없었다며 소리치는 장면 등을 봤다. 눈물이 났다. 


눈물을 쏟고 나니 너무나 괜찮아졌다. 요즘 생활의 8할은 부지런히 살고, 1할은 힘을 빼고 지내고, 1할은 공허에 손을 놓고는 한다. 사는 일이 고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감당할만한 것이다. 그래도 가끔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문득 내가 필요한 방식으로 위로를 찾듯, 비슷한 방식으로 위로를 찾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들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고, 눈물의 길을 터주는 서사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충분히 위로받은 것 같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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