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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May 22. 2023

월요일 아침

호감인사에 대한 감사

오래간만에 연희관에 왔다. 정문을 오르는 길에 평소 안면이 있는 행정학과 교수님 한 분을 우연히 만났다. 교수님께서 막 임용을 되어 학교에 부임해 오셨을 때쯤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서 전공 수업과 별개로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했다. 첫 시간이었던 것 같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셨다. 여러 학생들이 답하기를 꺼려했다. 누군가 말하기를 기다리며 눈치와 눈치들이 부딪히고 있었다. 긴장 가득한 침묵에 휩싸이기 전에 내가 침묵을 깨며 내 생각을 교수님께 말씀드렸다.


이십 대 초반이던 나는 나라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 후로 연희관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박사과정도 진행하게 되면서 종종 복도에서 교수님을 만나게 되고는 했다. 교수님은 항상 반갑게 웃음 지어주셨고, 그렇게 종종 교수님과 인사를 나누곤 했었다.


교수님을 뵌 것은 아주 오래간만이었다. 정문 계단을 반쯤 오르는 나를 보시고는 가시던 길을 멈추시고, 여느때와 같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학위기간이 이제 얼마나 남은 것인지 물으셨다. 나는 짧으면 1년, 길면 2년이라고 말씀드렸다. 무엇을 구체적으로 전공하느냐 물으셨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는 잘 마무리하라고 격려해 주셨고, 큰 활약을 기대한다고 덕담도 보태서 내게 해주셨다. 그리고 너무 오래간만에 만나 반가우셨다고, 종종 인사하자 말씀도 덧붙여주셨다.


즐거웠다. 이제는 조금 덥다 싶은 기온 때문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전해받아 마음이 온기가 돌며 따뜻해졌다.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아이리스 영(Iris Young)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호감인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이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았다.


인연이란 참 소중하다. 인연이란 참 기쁜 것이다. 잠시 잊었던 기억을 찾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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