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첫날 새 아침
10월의 첫날이었다. 동이 트는 모습을 산 위에서 보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떠오르는 해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를 보려고 서두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중학생 때 누나들을 따라 정동진에서 일출을 본 기억 말고는 일출을 보기 위해 움직였던 적이 거의 없었다. 특별한 장면에 의미를 붙이는 것보다는 하루하루 지속되는 삶에 의미를 더 크게 부여하며 지내왔기 때문이었다.
그간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반복의 지속이 중요한 만큼 생활에 새로운 요소가 개입하는 것에 대하여 경계해 왔던 것 같다.
그러나 10월의 첫날 다른 생각으로 몸을 움직였다. 가끔은 특별한 순간의 경험을 의미 있게 여기는 것도 삶을 풍성하게 하는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러므로 특별한 것들을 경험하려고 하자고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지만, 낯선 일을 하기 위하여 몸을 움직일 만큼 특별한 것이었다.
산이라고 해봐야 넉넉하게 40분이면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었다. 다만, 시간을 맞추려 몸을 바삐 움직이느라 제법 차가운 기운이고, 옷을 얇게 입었을 뿐인데도 땀이 났다. 30분 좀 더 걸려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몸을 달리 움직인 덕분에 멀리서 불그스름하게 얼굴을 비추는 해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