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일, 기억으로 힘을 갖기를 바라며.
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멈췄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게 올 때도 좋은 기회로서 왔다. 내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내일 될 수 있는 내가 아니니 결과를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멈춰 서서 오늘에 이르는 지난 며칠의 시간을 복기해 보았다. 모든 결정의 순간에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떠올려보니 무리해서 이유를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번 한 번은 괜찮지, 힘든 고비를 넘고 있으니 이 번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지켜온 나답게 사는 길이 있다. 그러나 지난 며칠 내가 하려고 했던 선택은 그 길에서 벗어난 것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는 나답다고 믿고, 내일 나답다고 여길 수 있을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될지도 모르는 선택에 근거 없는 이유를 붙이려고 했다. 이익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시 방향을 고쳐 잡았다.
기회를 주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송구스러운 마음이 든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내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다만, 내가 스스로 무리를 했다고 걱정하는 일들은 대개 문제를 일으켰고, 이 번 일도 내게 유익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와 같은 사정은 나만이 안다. 다만, 나는 세심히 나와 내가 하려고 하는 선택의 의미를 살피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방향을 틀었다. 멈춰 서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잘 추려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필요와 욕망은 항상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이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의 방향을 향하기도 한다. 지난 며칠동안 하고 싶었던 이 일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하고 싶은 일, 적어도 지금 유용한 일을 딱 한 번만 하자고 생각했다. 딱 한 번이 오늘의 나를 바꿔놓고, 내 정체성마저 바꾸는 한 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어제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때로 나는 새로운 선택을 통해 변화된 나를 꿈꾼다. 정말 간절하게 꿈꾼다. 그러나 나의 신념, 나의 윤리를 깨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더 빨리 멈춰서, 더 오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의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오늘이 없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소음을 냈다. 다만, 오늘에 대한 기억이 내일 내가 두 갈래 길 앞에서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하려고 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 되고 싶은 나와 등지지 않도록 깊이 생각하고, 몸을 무겁게 움직여야 하겠다고 다짐하며 오늘을 내일, 어제의 기억이 되도록 천천히 밀어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