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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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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Mar 14. 2024

다시 봄 빛이 들어

이른 아침 목련나무 끝에 빼곡하게 달린 봉우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목련이 봉우리를 열어 봄을 틔우고 있을지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아직 목련 끝에서 봄은 열리지 않았지만, 곧 봄이 약동하는 생명의 시작을 조용히 소리 내며 하얀 꽃잎으로 세상 바깥으로 나올 것만 같다.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금씩 얼굴이 다시 밝아지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그것을 확인하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생활은 조금씩 바빠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그러나 좋아하는 선생님을 자주 만나 공부에 대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주 즐겁게 나누고, 모두 바쁘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에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철학자의 이야기나, 그간 함께 배웠던 내용들을 곁들이며 과거에 대한 푸념과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오늘의 웃음을 먼저 생각한다. 여러 어려움을 마주하며 더디게 가는 나를 지지해 주는 가족이 있다. 


내게 주어진 과제(mission)라고 날마다 읊조리며 힘든 날들을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고 아침마다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부지런히 살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한다.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싶은 일의 일부로 여기며 의지를 갖는다. 내게 남은 삶 동안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 잘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다. 


현재의 순간성을 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진행 중인 삶이라는 사실을 긍정하게 된다. 뒤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뒤가 궁금하더라도 앞을 향하고 있어 현재 끊임없이 과거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미래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생각 덕분이다.


내게 좋은 사람들과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며, 독백이나 방백이 아니라 대화를 하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늘을 긍정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결국 어떻게 산 것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약을 꿈꾸며 오늘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긴 터널이었다. 다시 터널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빛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가장 짙은 어둠이 된 것처럼. 그러나 멀리서 환하게 빛나는 희망에서 시작된 빛이 내게 다시 들기 시작한 것 같다. 



터널의 끝에서 봄이 틔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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