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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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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Apr 01. 2024

공회전

4월의 시작

4월의 첫날, 공회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시작한다. 새날을 잔뜩 머금고, 꽤 긴 시간을 터뜨리지 않고 있던 목련의 가지 끝에서 하얀 봄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내게는 여전히 과거의 기운이 남아 있다. 여전히 춥다. 


지난날 살아내기 위해 했던 선택이 오늘 갚아야 하는 부채를 남겼다. 그리고 그것은 삶에서 과정이 중요하지만 결과가 과정의 기쁨을 삽시간에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선택하지 않는 것이, 그래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는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선택은 그 사람이 살아가야 할 삶의 경로를 바꾸어 놓을 수 있고,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을 알고 경로를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결정했을 때 비용이 너무나 크다. 그래서 돌아가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삶에서 이것 말고 다른 삶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진행이 어떤 완료의 의미를 지니게 될 때까지 지난날이 남긴 빚을 갚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빚을 갚는 동안 잃어버릴 것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어서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내자 마음먹고 오늘도 천천히 걷는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걸음이 끝이 아니게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일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 내가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힘을 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신뢰(confidence)의 감정이 필요하다는 어느 사회학자의 말에 공감한다. 다만, 현재 그것을 만들어낼 재료가 내게는 너무나 부족하다. 작은 성공들, 그것을 쌓아 올려 신뢰를 채워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성실하게 힘을 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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