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생일이라고 축하와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학교 근처 어딘가에 있는 어느 밥집의 거창한 이름이 되어버린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며 일상적인 어떤 오늘과 다르지 않은 생일날을 시작했다. 생일인데 고기라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절친한 형님의 말에 한강의 시가 존재의 이유에 대한 물음과 함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밥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에 무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고, 지나가버리고 있다며 밥을 먹어야지 다짐하고서 밥을 먹었다고 끝맺는.
목적이랄까, 목표랄까 하는 개념들이 존재의 이유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을까.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 거겠지.
어쩌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숟가락에 밥을 올리는 것이 단지 반복되는 일상의 헛헛한 일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 원활하게 하는 충실한 일이겠다고 생각했다. 식당의 이름, 참 공교롭다 생각했다.
단순하게, 또 단순하게.
내 힘으로는 결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불안과 번민을 몰고 오는 목적인 같은 것들을 날카롭게 베어내기 위해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어딘가 더위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방 안에 간신히 피어오르는 미역국의 김을 아주 잠깐 멍하니 바라보며 존재 이유를 떠올리고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해야 할 일을 시작하고 또 계속하며 조용히 생일날을 보냈다. 밤을 지나 생일을 지난 아침이 되어서야 분주해서 길었던 하루를 진정 떠나보냈다. 살아지는 일이 원활하게 하며 또 하루를 산 것이겠지. 그것으로 내게 "축하해" 인사하며 그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