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니고, 원래는 아는데—고속철도가 달리게 될 미래는?
개발협력 컨설팅이나 성과관리를 위해 협력국 현지를 방문하면,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이런 역할을 할 자격이 있을까?”
협력국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체감하는 빠른 변화 앞에서, 그 질문은 더 선명해집니다. 새롭게 올라가는 건물, 말끔하게 정비된 시설, 대규모 프로젝트 현장….
이 나라의 전문가들도 이미 방법도 해답도 알고 있을 텐데, 나 같은 외부인이 하는 역할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마음속에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함께 따라왔던 것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개발협력 사업을 ‘평가’한다는 일의 자격을 계속 되묻는 것입니다. 완벽한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은 드물고, 우리는 늘 불완전한 결과에서 배우며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더 따져보고, 더 묻고, 더 조심하게 됩니다.
지난주까지 영화·영상 ODA 연수프로그램에서 ‘기획’의 중요성을 쓰다가, 최근 접한 콘텐츠와 기사에서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우쉬(Whoosh)’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계획과 기대와 다른 현실을 다룬 콘텐츠들이 여럿 보여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우쉬는 동남아시아 최초의 고속철도입니다. 2023년 10월 2일 개통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Jakarta–Bandung High-Speed Rail)이고, 약 142.3km 구간을 잇습니다. [1] 중국의 일대일로와 연결된 인프라 프로젝트로, 대규모 대출(중국개발은행 포함)과 비용 증가, 운영 수지에 대한 논쟁도 함께 언급되고 있습니다. [2]
아직은 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초기에 흔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한 분석에서는 당초 일일 5만 명 수준이 예상되었지만, 운영 2년 차에 접어든 현재 평일 1만 6천~1만 8천 명, 주말 약 2만 1천 명, 최고 2만 6천7백 명 수준의 탑승이 관측된다고 전합니다. [3] 반면 특정 성수기(크리스마스 등)에는 탑승이 늘어 2만 3천 명 이상을 기대한다는 운영사 발표도 있었습니다. [4]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겠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이용객’이 되는 지역과 지역민이었습니다.
그들의 ‘필요’가 ‘이용’으로 연결되었을까?
탑승객 수치에서 보이듯, 인프라는 깔렸는데, 왜 일상은 아직 그 선로 위로 충분히 오르지 못했을까?
대규모 교통 인프라는 단지 선로와 차량, 기술이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구의 이동, 이동하는 공간의 발전 계획, 그리고 자연환경까지—특히 지진과 화산, 기후 재난의 변수가 큰 곳이라면—종합적으로 엮여 돌아갑니다. 건설과 기술 투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외부 변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과 생태계입니다.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쉬를 보며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선이 지나가는 지점들, 역 주변의 생활권, 기존 교통망과의 환승, 요금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열차를 일상적으로 타게 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물론 연장 구상은 계속 거론됩니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수라바야를 넘어 바뉴왕기까지 확장 의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보도도 있습니다. [5]
다만 이런 확장 논의는 ‘의지’만으로 현실이 되지 않습니다. 수요·재원·노선·지역 수용성·생태 영향 같은 복잡한 조건들을 다시 통과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을 “추가 선로”보다도 소통과 접속에서 찾고 싶습니다.
지방정부·지역 주민이 느끼는 필요(또는 불필요)
역세권·생활권이 변화해 가는 과정
기존 교통수단과의 연결(환승·접근성)
비용(요금, 이동 총시간)에 대한 지각과 체감
이런 것들은 기획 단계에서 “표”로만 다뤄지기 쉽지만, 사실은 매일의 선택으로 드러납니다.
저는 몇 년간 영화·영상 분야 ODA 액션플랜 작성법을 안내해 오며 똑같은 장면을 보아왔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야.” “이건 문화야, 바꿀 수 없어.”
그 말이 사실일 때도 있지만, 그 말이 너무 빨리 나오면—바로 그 순간—우리는 중요한 작업을 건너뛰게 됩니다. "가능한 자원(Available, Accessible, Possible Assets)"을 다시 세밀하게 찾는 작업, 그리고 그 자원을 “누가 실제로 쓰게 되는지”를 묻는 작업 말입니다.
우쉬가 씩씩하게 달리고 달려서, 인도네시아의 미래가 사람과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숫자 이전에, 그 숫자가 만들어질 조건—삶의 편의와 불편—을 더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붙잡은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도로, 건물, 대중교통 같은 사회 인프라를 사용하며 느끼는 ‘편의’와 ‘불편’은 무엇인가요? 그 편의와 불편 속에서, 나는 얼마나 ‘포함’되어 있나요? 혹은 조용히 ‘소외’되고 있지는 않나요?
다음 글에서는 공적 자원으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 ‘전쟁과 평화’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고, 그 영향은 결국 세계 곳곳의 일상으로 흘러들어옵니다. 고민을 안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心知와 같이 세상을 마음으로 알고,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心指처럼 씁니다.
*** 본 계정의 글은 개인의 견해이며,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 ***
참고자료
[1] Indonesia is set to launch Southeast Asia’s first high-speed railway, largely funded by China
https://apnews.com/article/indonesia-southeast-asia-highspeed-railway-e7a53ecbcb077b4403d9232e7b93bcf3
[2] 중국·인도네시아 ‘일대일로’ 부채 조정 협상에 쏠린 눈 … 아시아 각국 주시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11715011#ENT
[3] Indonesia’s high-speed rail hits a money crunch — can it pull through?
https://www.thinkchina.sg/economy/indonesias-high-speed-rail-hits-money-crunch-can-it-pull-through
[4] Whoosh Passenger Numbers Surge Ahead of Christmas
https://jakartaglobe.id/lifestyle/whoosh-passenger-numbers-surge-ahead-of-christmas#goog_rewarded
[5] Prabowo plans to extend Whoosh high-speed rail to Banyuwangi
https://en.antaranews.com/news/389801/prabowo-plans-to-extend-whoosh-high-speed-rail-to-banyuwa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