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개발, 개발을 삶] ⑤ 나는? 너는?

노벨평화상, Quo Vadis

by Karpos Institute

가짜 뉴스인가? AI로 합성한 사진인가?
이런 의심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마차도가 자신이 수여받은 노벨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사하다”라는 보도[1]를 접한 뒤, 감정보다 질문이 앞섰습니다.


왜지? 일생에 한 번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아주 극소수만 받을 수 있는—그것도 ‘평화’라는 고귀한 가치를 위한 노력에 존중을 표하는—그 상을, 왜?

현실감이 떨어졌지만 요즘 같은 시대의 현실이기도 해서, 사실관계를 더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보도들에 따르면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 메달을 “전달/헌정하고 싶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았고, 노벨 측은 곧바로 “노벨상은 양도·공유·철회할 수 없으며 결정은 최종”이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습니다.[2]


상징적인 일이지만, 그 장면(혹은 그 장면을 둘러싼 서사)은 무척 낯설었습니다.

‘평화’가 마치 주고받는 거래의 대상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노벨상은 설령 물품(메달)이 움직인다 해도, 기록과 의미의 주체가 바뀌는 방식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대대손손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마차도로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왜—라는 질문은 남습니다. 사실 그녀의 마음을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너무 낯설어서… 이질적이었습니다. 세상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손쉽게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 같았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6번의 주제어 중 하나는 평화입니다. 오랜 시간 개발은 “먹고 사는 것, 건강하게 사는 것, 배우는 것”—사람들이 자유로워지기 위한 방편에 집중해왔다면, 평화는 그러한 것들이 가능해지기 위한 조건이자 목표로 분명히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UN은 그 평화를 목적으로 삼는 국제기구입니다.

UN 헌장 제1조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우호관계의 발전, 차별 없는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포괄해 말하고 있습니다.[3]


노벨평화상이 평화의 기준 그 자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평화”라고 부르는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장치인 건 분명합니다. 역대 수상자들을 떠올려 보면, 결국 그 상이 비추는 방향은 비슷합니다. 누군가의 존엄을 지키고, 자유를 확장하고, 폭력을 줄이고,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노력들 말입니다.

그런데—그 상이 ‘누군가에게 건네질 수 있다’는 상상 자체가 등장한 순간, 저는 오히려 더 또렷하게 묻게 됩니다. 평화는 무엇이고, 누가 무엇으로 평화를 말할 수 있을까?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내가 숨 쉬듯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쌓아갈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개발은 다리를 짓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앞서, 그런 평범한 하루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질문을 붙들어 보려고 합니다.

만질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분명히 우리를 살게 하는 것—평화.


다음 글에서 SDGs에서 평화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그리고 그것이 ‘개발협력’의 언어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 저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그것도 중요한 가치와 신념등), 과연 당신에게도—타인에게도—의미가 있을까요?
노벨평화상과 평화의 의미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과연, 이 상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그래서 묻습니다, 노벨평화상, Quo Vadis....


心知와 같이 세상을 마음으로 알고,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心指처럼 씁니다.
*** 본 계정의 글은 개인의 견해이며 소속기관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 ***


[1] New York Times (2026.1.15.)

https://www.nytimes.com/2026/01/15/world/americas/machado-trump-meeting-nobel-peace-prize.html

[2] AP / Nobel 측 입장(양도·공유·철회 불가 관련)

https://apnews.com/article/c7f47c161edc9b719dea3d0165f32a1f

[3] 외교부 누리집(UN 헌장 자료)

https://www.mofa.go.kr/www/brd/m_24969/view.do?seq=33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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