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불행을 전시하는 방법

by 재완


불행을 파는 가게를 나오자마자 민서는 춘이 알려준 운화병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심재민 교수를 찾자 접수처의 간호사가 안내해 주었다.


“어머, 진짜 운 좋으시다! 저희 교수님 원래 한 달 전에 예약하셔야 겨우겨우 찾아뵙거든요~ 근데 희한하게 오늘따라 당일 취소가 생겼지 뭐예요? 그래서 교수님 좀 쉬시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귀신같이 찾아오셨네! “


호들갑을 떨며 말을 하는 간호사에게 민서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긴장한 숨을 길게 내쉰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웃어보시겠어요?”


민서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진료 의자에 앉자마자 의사가 말했다. 어디가 아프다는 말도 안 했는데 대뜸 웃어보라는 의사의 말에 민서는 기분이 나빴지만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입 주변과 눈 주변 근육이 잘 안 움직이는군요. 신경성 근육 장애인 것 같은데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더 해보죠.”

“가… 갑자기요?”


대뜸 추가 검사를 하라는 의사의 말에 민서가 당황한 채 대답했다. 하지만 의사는 민서의 대답을 무시한 채 간호사에게 말을 했고, 간호사는 민서를 검사실로 끌고 갔다. 얼굴에 이상하게 생긴 패치들을 붙이고서 몇 가지 검사를 했고, 다시 진료실 의자에 민서가 앉자마자 의사가 말을 했다.


“미소근 위축증입니다.”

“네? 그게 무슨 …”

“아주 드문 케이스인데, 안면 근육, 그중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근육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병입니다. 입꼬리와 눈 주변 근육들 말이죠. 전 세계에 1% 정도 걸리는 희귀병입니다. 특별히 아프거나 하지는 않으시겠지만 얼굴 근육이 점차 뭉치는 느낌이 들 거고 얼굴이 굳어있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그리고 감정 표현이 잘 되지 않죠.”


진료를 마친 후 민서는 ‘미소근 위축증’이라고 쓰여 있는 진단서와 몇 가지 약을 들고서 병원을 나왔다. 진단서와 약을 품에 안고 민서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조용히 버스를 탔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닫자마자 그대로 소리를 질렀다.


“대박! 딱 나한테 필요한 병이잖아! 어쩜 이렇게 찰떡같은 병이 있지?! 아니 매번 슬픈 연기 하는 것도 힘들고 제대로 눈물 흘리는 척하기도 힘들었는데 감정을 표현하는 근육이 굳어가는 병이 있다니, 이젠 연기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 게다가 실제로 대형 병원에서 진단서까지 끊어왔고 약도 받아 왔으니 거짓말도 아니고. 감정을 표현할 수 없으니 행복할 수 없고 사람들의 동정 사기에도 너무너무 딱이잖아!”


민서는 양팔을 벌리고 발을 동동 구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토록 완벽한 병을 얻다니, 비싼 값을 치르고 불행을 산 보람이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근육이 굳어간다고는 했지만 지금 민서는 최고의 행복감을 누리고 있었다. 얼굴 근육이 좀 안 움직이면 어떠하랴, 이렇게 기쁜데. 앞으로 들어올 수많은 후원금과 자신의 꽃길을 상상하며 민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자신의 집 안에서 흥겨움의 춤을 추었다. 민서의 좁은 원룸 속 거울에는 흥겨운 춤을 추는 민서의 모습이 비쳤다. 춤을 추는 몸과 달리 얼굴은 무표정한 기묘한 모습이었다.


[병원 Vlog]


며칠 후 민서의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구체적인 병명과 증상은 없이 병원에서 상담받는 모습과 진료받는 모습만 짧게 올린 영상이었음에도 올라가자마자 조회수와 댓글이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병원이라니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니, 인생에 뭔 일이 끊기지를 않아]

[그때 말한 우울증이에요?]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조회수와 댓글을 보며 민서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잘 안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본인은 지금 정말 기뻐서 웃고 있으니까. 영상을 올린 후 다음날 저녁, 민서는 다시 라이브를 켰다. 라이브에도 빠르게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어제 영상 보고 놀라셨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저 이제 정말 건강하고 밝게 살려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운동도 다시 하고, 먹는 것도 잘 먹고 하려고 했는데 최근에 자꾸 피로하고 몸이 좀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병원을 갔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 제가 세계에서 1%만 걸리는 희귀병에 걸렸다고 하시더라고요…”


[1%?? 희귀병? ]

[아니, 이 언니 인생이 왜 이렇게 기구해ㅠ]

[대체 무슨 병이래요?]


읽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들을 보며 민서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화면 너머의 민서는 입꼬리만 파르르 떨릴 뿐 무표정처럼 보였다. 민서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진단서와 약봉투를 꺼내 카메라 앞에 내밀었다.


“제가 걸린 병은 미소근 위축증이라는 병입니다. 안면근육, 그중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눈 주변 근육과 입꼬리 근육들이 점차 움직이지 않는 병이에요. 의사 선생님도 국내에서는 발견된 적이 거의 없는 드문 케이스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제 표정이 어색해 보여도 이 병 때문이구나, 하고 이해 부탁드려요."


[그런 병이 있어? 완전 처음 들어보는데? 구라 아냐?]

[진단서 지금 저기 안 보이세요? 왜 알지도 못하면서 고나리질이야]

[저거 운화병원 진단서 맞죠? 신경 근육이면 심재민 교수님 아니에요? 그분 엄청 유명한데 …]

[진짜 저런 병이 있단 말이에요?]

[어쩐지, 뭔가 얼굴 표정이 어색하다 했어요]

[난 성형 부작용인 줄 …]

[약 먹으면 나아요?]


민서가 별 말을 하지 않아도 댓글창은 본인들끼리 맞다 아니 다를 외치며 끝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민서는 댓글창의 분위기를 읽으며 약을 꺼내 화면 가까이 내밀며 보여주었다.


“저도 믿기 힘들더라고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기도 하고. 의사 선생님께도 몇 번이나 여쭤보고. 일단 약을 받아오긴 했는데 이 병이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워낙 희귀한 케이스라 치료제를 연구하는 회사도 별로 없고요. 일단 약을 받아오긴 했는데 이 병은 보험 처리가 안되어서 약 값도 너무 비싸고, 언제까지 얼마나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


띠링

띠링

띠링


민서의 말에 채팅창을 통한 후원금이 터졌다. 1만 원부터 5만 원, 10만 원, 30만 원까지! 민서는 후원금을 보며 기쁨의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허벅지를 꼬집으며 억지로 참았다. 얼굴 근육은 어차피 잘 움직이지 않으니 목소리만 참으면 되었다. 민서의 입꼬리가 흔들리고 어색하게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후원금은 터졌고, 후원금이 3백만 원을 넘긴 것을 확인한 민서는 라이브를 껐다. 라이브를 끄고 노트북 전원까지 끄자 검은 노트북 화면에 무표정한 얼굴의 민서가 비쳤다. 민서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끌어올리고서는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300만 원 금방이네!”


그날 이후로는 승승장구였다. 민서는 병원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약을 타왔고, 그때마다 라이브를 켜고,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았다. 워낙 희귀한 병이라 약값도 비싸다는 말을 하자 사람들의 후원금은 더욱 커졌고, 민서는 그 돈을 병원비와 약값, 월세, 그토록 갖고 싶던 가방까지 살 수 있었다.


[근데 이 병은 얼굴만 굳고 딱히 아프진 않은가 봐요. 갈수록 살도 포동포동 오르는 것 같고 혈색이 나빠지거나 하진 않네요.]

[그냥 성형 부작용으로 얼굴 근육 안 움직이는 사람 같음]


‘아프지는 않은 희귀병’이었던 게 문제였던 건지,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식어갔다. 라이브는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고, 약 먹는 투병일기를 올려도 실제로 아픈 게 아니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늘어났다.


“더 아파 보이고 더 큰 불행이 필요해.”


뚝뚝 떨어지는 후원금과 통장잔고를 보며 민서는 다시 불행을 파는 가게로 향했다.


“실제로 아프지는 않은데, 좀 많이 아파 보이는 병, 그런 건 없어요?”


나름 유명세를 탔다고 모자와 선글라스로 한껏 가린 채 찾아온 민서를 보며 춘은 작게 비웃었다. 하지만 금세 무표정으로 바꾸고서는 민서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실제로 아프지는 않은데 많이 아파 보이는 희귀병 – 1,000,000원]


“백만 원? 너무 비싼 거 아니야?”


가격을 보고 민서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춘은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산 것보다 두 배가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고, 이번에도 확실하기만 하다면 사람들에게 훨씬 큰 동정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민서는 결국 춘에게 카드를 내밀었고, 춘은 카드와 민서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이번 불행도 환불은 절대 불가입니다. 그래도 구매하시겠어요?”

“…네.”


민서는 다시 라이브를 켜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오늘은 일부러 아무런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생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화면 속 얼굴을 보며 민서는 조명을 살짝 틀어 볼 부분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바꾸었다. 라이브를 켜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주 대비해서 확실히 사람들이 적게 들어오고 있었다. 민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민서입니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미소근위축증을 열심히 치료하고 있었는데요, 오늘 병원에서 한번 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합병증이 생겼더라고요.”


[합병증? 그 병이 다른 데까지 번진 거?]

[그러고 보니 피부가 좀 이상해요]

[저거 반점인가요?]


“네, 지금 좀 희미하게 제 얼굴에 반점 같은 게 보이실까요? 이건 ‘점상 출혈 증후군’이라는 건데요, 그 이전 병은 근육을 굳게 만들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이건 피부 안에서 약해진 혈관이 터지면서 멍이 들고, 그게 피부까지 이렇게 붉게 반점처럼 올라오는 병이랍니다 … 근육이 약해지면서 생긴 합병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헉 어떡해ㅠ]

[그럼 그냥 멍만 생기는 거예요? 아파요?]


“실제로 피부 안에서 혈관이 터지는 거라 피부가 살짝만 스쳐도 아프더라고요. 제가 오늘 본의 아니게 화장을 못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


[뷰티민서 돌아와 님이 3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지지 않아 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채팅창의 속도는 점차 빨라졌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다시금 민서의 라이브는 활기차지고 있었다. 민서는 움직이지 않는 볼근육을 당기며 애처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 바깥의 손은 빠르게 올라가는 후원금을 세며 신난 채 움직이고 있었다.


민서 몸의 반점들은 점차 늘어갔고, 그와 동시에 후원금도 늘어갔다. 민서는 일부러 민소매 옷을 입고 반점이 잘 보이도록 했고, 화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너 요새 많이 아프다며? 내가 같이 병원 가줄까?]


민서가 진짜 아프다고 믿는 친구들이 연락 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바깥에 나가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외식하는 모습이 찍혔다가는 다시 구독자와 후원금이 떨어질 수도 있었고 친구들과 말하다 거짓말이 들통날 수도 있었다. 민서는 친구들과의 연락에 대충 대답한 후 모든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민서는 피부에 반점이 늘어났을 뿐 여전히 너무 건강했다.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자 오히려 피부가 처지지 않고 쫀쫀한 게 느껴졌다. 얼굴에 반점만 늘어났을 뿐 피부는 탱탱하고 건강했고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니 이상하게 식욕이 돋아 자꾸 살이 불어갔다. 결국 아파 보이기 위해 민서는 약 외에는 극단적으로 식사를 줄였다. 하루에 한 끼만 먹은 지 2주쯤 지나자 볼 살이 파이기 시작했고 살이 빠지자 후원금은 더욱 늘어났다.


[너무 말랐어요. 약이 너무 독한 거 아니에요?]

[첨엔 봐줄 만했는데 요샌 진짜 못 생겼네]

[아픈 사람한테 악플 다는 미친놈이 있네]

[아픈 것도 아픈 건데, 좀 외로워 보여요.]


오늘도 민서는 깡마른 어깨와 얼룩덜룩한 반점이 잘 보이는 민소매를 입고 라이브를 했다. 라이브는 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같은 증상, 같은 병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금세 지루해하고 빠져나간다. 더 자극적인 병, 더 자극적인 증세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몰려온다. 하지만 오늘은 민서도 더 보여주지 않은 채 라이브를 껐다. 더 아파 보이기 위해 며칠 째 물만 먹었더니 온몸에 힘이 없었다. 민서는 물끄러미 마지막 댓글을 쳐다보다 노트북을 끄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온 얼굴을 다 뒤엎은 붉은색 반점, 과도한 다이어트로 탈모가 오기 시작한 머리, 푹 패인 볼과 깡마른 쇄골과 어깨. 민서는 억지로 양손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입모양을 만들었다. 하지만 공허한 눈은 그대로였고, 손을 내리자 입도 금세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얼굴 근육은 이제 영원히 움직이지 않는 걸까. 민서는 유튜브 알람 외 울리지 않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라이브 이외에는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집 밖으로도 나가지 않는 삶. 하지만 민서가 고립되고 피폐해질수록 통장 잔고는 늘어갔다.


“잠깐이야. 조금만 더 돈 당기고 그때 건강해졌다고 하고 실컷 먹고 돌아다니면 되지. 난 지금 만족해. 행복해. ”


더 불행해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민서는 꼬르륵하고 뱃속에서 나는 소리를 무시한 채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의지를 다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6. 돈이 되는 불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