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해녀의 마음으로 쓰는 글

by 재완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물론 내가 보고 들은 을 글자로 써내려가는 일은 글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들은 것 이상의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내가 보고 느긴 것, 생각하고 떠올린 것, 머릿속에 부유하는 수많은 생각들을 단어와 문장으로 정돈하여 써내는 일이란 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단어로만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해서 쓰는 일은 마치 바닷속을 헤엄치며 해산물을 잡아올리는 해녀 같기도 하다.


오늘은 제대로 된 글을 써보리라 결심한 나는 수트를 챙겨 입고서 내 머리라는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간다. 생각이라는 건 어떤 것은 단어로만, 어떤 것은 문장으로만 머릿속 깊은 곳을 부유하며 떠다니고 있다. 어떠한 것은 여러가지 생각이 뒤엉켜 형태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저걸 잡아다 글로 쓴다고 해도 어떻게 써야할 지 표현해야 할 지 감도 안와서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생각은 또 둥둥 어디론가 떠내려가 버린다. 뭔지도 모를 그 생각마저도 빨리 잡아 채서 쓰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어떤 생각은 따개비처럼 바위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바위에 붙은 따개비나 성게들은 한 곳만 잘 공략해서 살살 밀어내면 힘 들이지 않고 쉽게 똑 떼어지는데, 글도 마찬가지다. 눈에 띈 이 한문장만 제대로 쓰면 그 이후로 글이 술술 써질 게 뻔한데 그 한 문장이 도저히 안떨어진다. 대체로 그 한문장이란 첫문장이어서 결국 그 한문장을 못 쓰면 아무것도 못 쓰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깊은 숨을 들이킨 채 집중해서 머릿속을 부유하다보면 바위 아래 숨어있는 문어처럼 '이것 좀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잡힐 때도 있다. 이때다 싶어 온 힘을 다해 글을 쓰다보면 제법 술술 써질 때도 있지만 해녀가 집중해서 문어를 잡을 때 숨의 한계가 있듯이, 내 집중력도 금세 한계에 다다른다. 그럼 결국 바위 밑에 있는 문어 전체를 잡아올리지도 못한 채 빨판 하나만 똑 떼어서 올라올 때도 많다.


아직도 글쓰기의 나는 초보해녀라 숨이 짧고 가쁘다. 노트북을 키고 앉아서 머릿속 헤엄만 잔뜩 치며 이 글 건드렸다가 저 글 건드렸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미는 일이 허다하다. 요즘은 머릿속 깊은 곳에서 발견된 문어인지 따개비인지, 바닥에 깊이 숨겨진 쓰레기인지 모를 아이디어들은 일단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나는 아직 초보니까 숨이 짧아도 쉽게 딸 수 있는 뭍 근처에 있는 것들, 즉 내가 잘 아는 것들과 내가 경험한 것들 위주의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이 익숙해져야 저 심해 깊은 곳에 있는 내 머릿속을 들썩 들썩 하며 글을 꺼내 올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자주 들여다보아야 남도 들여다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와 문장들을 잡아와 이렇게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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