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나에겐 뾰족한 말만 파고든다
좋은 말, 예쁜 말은 동그랗다.
동그란 말이 나에게 오면 푸딩처럼 말랑거린다.
말랑거리는 말을 안으면 기분이 좋아서 계속 안고 조물딱 거리면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나쁜말, 상처되는 말은 뾰족하다.
뾰족한 말은 바로 나를 찔러버린다.
내 안에 꽂힌 뾰족한 말을 뽑아내려 만지면 다시 내 손에 상처가 난다.
나는 그 말을 뽑아내려 되새기다가 계속 손을 찔린다.
마음이 힘든 사람은 뾰족하다.
뾰족한 사람에게 동그란 말은 다가가다 터져버린다.
잘될 거야! 응원해! 할 수 있어!
동그란 말은 뾰족한 사람의 마음까지 가지 못하고 터져버린다.
터져버린 잔해들이 손과 몸에 덕지덕지 붙어서 오히려 더 답답하게 한다.
뾰족한 말은 뾰족한 사람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니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후회할 걸. 너무 늦었어.
뾰족한 말은 뾰족한 틈새를 파고들어 숨어 있는 마음을 찌르고 상처낸다.
내가 뾰족할 수록 뾰족한 말만 나에게 다가온다.
뾰족한 말이 나를 찔러서 날카롭게 만들고,
내 뾰족함이 나를 더 찌른다.
동그란 사람이 되고 싶다.
동그랗고 말랑거리는 말을 손에 쥐고 조물딱거리며 행복해하고
동그랗다못해 팽팽해서 뾰족한 말은 퐁 하고 튕겨내버리는,
동그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