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불편함을 문제로 만들지 않는 마음의 연습
살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스며들 듯 찾아온다. 문제는 대개 불쑥 나타나 내 하루를 흔든다. 맞서 싸우기 시작하면 내 마음은 어느새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내가 병정이 되어 끝도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동안, 문제는 점점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운다.
오늘 하루의 문제를 떠올려본다. 여행을 앞두고 감기에 걸린 것, 주문한 크록스 신발의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교환을 신청한 것, 무료인 줄 알았던 배송비가 추가된 것. 별것 아닌 일들인데도 내 마음 한구석은 괜히 언짢다.
문제라는 단어를 곱씹는다.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혹은 "난처한 대상"이라고 사전은 말한다. 내가 느끼는 문제들은 주로 후자다. 문제, 말썽거리, 사고, 문제점. 이 단어들은 입안에 맴도는 순간 약간의 짜증을 남긴다. 그런데 정말 오늘 있었던 일들이 문제라 할 수 있을까?
감기에 걸린 것은 몸이 쉼을 요구하는 신호일뿐이다. 신발의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교환하면 된다. 배송비가 추가된 것도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오늘의 일들은 문제라기보다는, 그냥 하루라는 이름의 작은 에피소드들이다. 문제를 만들어낸 것은 오히려 내 마음이다.
불교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고(苦)라 부른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탐(貪), 욕망과 집착. 진(瞋), 분노와 혐오. 치(癡), 무지와 혼란을 든다. 결국 내 하루를 무겁게 만드는 것은 세상에 있는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심과 화, 그리고 어리석음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어쩌면 "그냥 모를 뿐"이라는 단순한 깨달음이 그 답일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제를 전쟁으로 만들지 않을 때, 하루는 한결 가벼워진다. 문제가 문제가 아닌 순간이 찾아올 때, 내 삶은 그렇게 평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