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삶을 고민하다.

밤하늘 별들은 더없이 평온한데

by 준익
새옹지마,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인생은 롤러코스터라고 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는 법.

'인생사 별거 없다' 쿨하게 여기기에는 내공 또한 부족한 인간이었기에 상처도 고스란히 적금하듯 채웠다.

당장 눈앞의 힘듦이 영원할 것 같은 불안함에 내일이 오는 것도 두려워 옹송그린 채 하루를 살았던 같다.

나의 삶도 타인의 삶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겨내는 법도 운이 아닌

재량의 힘으로 터득해야

또 다른 삶의 용기도 나는 법이다

유약하고 시니컬하지 못 한 나는 촛불 앞에 바람처럼 위태위태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로 꽂히고 의미 없는 말에도 의미를 부여해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버린 날도 부지기수다.

내면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겉으로는 평온 한 척 가면을 쓰고 보니 벗겨낸 껍데기가 불쌍해

눈물로 어루만진 적도 많다.

걸러내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남편의 사업이 급격하게 기울어 상당히 힘든 시간이 왔었다.

빚은 고스란히 가져오고 당차게 시작할 후배에게 통째로 넘기고 오던 그날 밤 강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눈물을 처음으로 보았다.

청춘도 열정도 그곳에 올인하며

이겨낼 수 있다는 기대로 늘 용기를 가졌던 사람인데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도움 줄 수 없었던 나를 원망했었다.

매일 출근하던 곳을 지날 때면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을 당시에도 웃으며 건승을 빌어주었던 사람이다.

모래성처럼 무너지던 시간과 희망은

절망이 되었지만 결코 남편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믿었다.

긍정적이고 부지런해서 다시 일어 설 용기와 정신이 충만했던 사람이다.

게으름과 부정적인 걸 가장 혐오했기에 내가 의지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하는 요건에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면도 포함되었다.

시어머니와 상의 후 의지되던 형님과도 의논을 했었나 보다.

피로 엮인 가족이란 이름의 끈으로 아마도 약간의 위로 같은 안정을 기대했었나 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말만큼은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고 지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걔들 돈 빌려주거나 어디서 융통이라도 해주면 엄마하고도 인연을 끊을 거야. 지들 인생 지들이 살라고 해. 죽던지 망하던지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


누구한테 건 손을 빌리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힘든 내색 자존심만큼이나 지켰던 사람이었다.

제일 믿었던 사람은 부모도 나도 아니었을 것이다.

오래전 아주 어렸을 때

누이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눈을 피해 숨어 있던 날, 누구보다 의지되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무서웠지만 안심되었던 그때를 잊지 못한다.

그래서 거짓말처럼 그 말들을 믿지 않는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 말을 전한 어머니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아주버님이 대기업 근속 몇십 년째라고 늘 자랑을 했었고, 시누이도 내세울 만한 집으로 시집을 갔다.


다들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그저 평범하지도 못한 사람이 되었지만.

내가 사는 현실과 무리 속 대화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나 요즘 클리닉 다니고 있잖아. 10회 중 세 번 받았는데 표가 좀 나는 것 같니?"
형님이 얼굴을 들이밀며 자랑하면

"둘째 돌 지나면 집안 일 하는 아줌마 맡겨놓고 골프나 치러 다녀야지. 요즘 다들 그렇게 살잖아."
첫째 시누이가 으스대고

"저번에 찜해놓은 백이 있어서 생일 겸 질렀지 뭐야. 시원하게 일시불로 했어."
막내도 질세라 가방을 들어 보인다.

하등 의미 없는 대화는 누구에게 들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허공에서만 맴돌고 있다.

민낯을 보이고 보듬어 주어도 성에 차지 않을 사이이건만

남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털어놓을 수 있었던 고민이 남보다 못 한 푸념이 되었으니까.

훗날 시어머니가 해주셨던 이야기는 아직도 가슴에 비수가 되었다

다른 집 누나라면 동생이 안쓰러워 어떻게 도와줄까 말이라도 할 텐데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정을 의논하는데 그런 말을 해서 내가 다 속상했잖아.

어느 날 밤하늘은 깨끗하면서도 시리게 아름다웠다.

저 수많은 별들은 희망처럼 반짝이고 그 앞에 가면 슬픔도 아픔도 없는 빛나는 나를 보여줄 것만 같았다.

7층 높이 옥상에서 본 별들은 당장 손에 잡힐 듯 가까웠고 그 별을 손에 쥐면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한때 나는 저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이 세상에 없어져 버려도 신경 쓰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나를 낳아 준 부모님과 내가 낳은 아들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너지는 마음만큼 미웠던 말들이 그 사람들에게 꼭 되돌아가길 바랐다.

반짝이지 않을 바엔 사라져야 할 먼지 같은 삶에 난간을 붙잡은 손으로 눈물이 뚝뚝 흘렀다.

나 하나 사라져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테고

슬픔도 잠시, 또 그렇게 없는 세상에서 살아질 것이다.

저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은 까만 하늘에 더욱 빛을 바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