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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Jun 13. 2023

한여름 밤의 공포

매해 여름 밤이면 그는 나에게 온다.

올여름도 어김없이 그는 찾아왔다.     

기다란 팔과 다리     

비쩍 마른 몸     

날카로운 입술     

침대에 누워 잠든 나에게 살며시 다가온다.  

                  

미처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나는 그의 터치에 이리저리 뒹굴 뿐이다.     

그는 나의 무딘 몸짓에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날카로운 입술로 덥석 나를 찌른다.     

순간적인 고통에 화가 나서 눈을 떴지만, 그는 이미 저만치 도망간 뒤였다.     

도망간 그를 노려보며 몸을 일으켜 회심의 반격을 한다.     

날렵한 그는 어느새 나를 비웃듯 웃음소리를 내며 달아난다.     

씩씩대는 나를 약 올리듯 그는 환호를 지르며 이리저리 춤을 춘다.               



일대일 대치상황을 지속하다 보니 그도 지쳤나 보다.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던 그가 잠시 주저앉았다.     

기회는 이때다!     

널찍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있는 힘껏 내리친다.     

새빨간 피와 그의 검은색 몸의 흔적이 내 손바닥에 고스란히 남겨진다.

아무렇지 않게 휴지를 가져와서 쓱 닦고 두어 번 손바닥을 마주치며 그의 잔재를 털어낸다.     

그리고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냅다 침대에 드러누워 못다한 잠을 청한다.     



내일은 그의 장렬한 전사 소식에 그의 친구들이 몰려올지 모른다.     

미리 모기약을 뿌려야겠다.     

그래도 윙윙 소리가 난다면 반사적인 몸놀림으로 그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날려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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