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사브작 북클럽
한여름 밤의 공포
매해 여름 밤이면 그는 나에게 온다.
by
우아옹
Jun 13. 2023
올여름도 어김없이 그는 찾아왔다.
기다란 팔과 다리
비쩍 마른 몸
날카로운 입술
침대에 누워 잠든 나에게 살며시 다가온다.
미처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나는 그의 터치에 이리저리 뒹굴 뿐이다.
그는 나의 무딘 몸짓에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날카로운 입술로
덥석 나를 찌른다.
순간적인 고통에 화가 나서 눈을 떴지만, 그는 이미 저만치 도망간 뒤였다.
도망간 그를 노려보며 몸을 일으켜 회심의 반격을 한다.
날렵한 그는 어느새 나를 비웃듯 웃음소리를 내며 달아난다.
씩씩대는 나를 약 올리듯 그는 환호를 지르며 이리저리 춤을 춘다.
일대일 대치상황을 지속하다 보니 그도 지쳤나 보다.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던 그가 잠시 주저앉았다.
기회는 이때다!
널찍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있는 힘껏 내리친다.
새빨간 피와 그의 검은색 몸의 흔적이 내 손바닥에 고스란히 남겨진다.
아무렇지 않게 휴지를 가져와서 쓱 닦고 두어 번 손바닥을 마주치며 그의 잔재를 털어낸다.
그리고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냅다 침대에 드러누워 못다한 잠을 청한다.
내일은 그의 장렬한 전사 소식에 그의 친구들이 몰려올지 모른다.
미리 모기약을 뿌려야겠다.
그래도 윙윙 소리가 난다면 반사적인 몸놀림으로 그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날려주리.
사브작매거진 구독
해주시면 매주 11명의 브런치작가들이 새로운 글감으로 찾아갑니다.
하나의 글감, 열한개의 이야기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사브작매거진
keyword
여름
공포
모기
38
댓글
12
댓글
1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우아옹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사브작북클럽
직업
에세이스트
완벽하지 않지만 우아한 삶을 꿈꾸는 우아옹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자주 만나요 ♡ 슬초브런치작가♡
구독자
230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아들의 이케아 쿠라 2층 침대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