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로소로 Jun 13. 2023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평생을 눈치 보면서 살았던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직장생활마저도 딱히 눈치를 본 것은 아니고 실내건축과를 나왔는데 토목 계산을 시키는 공무과장을 만나 덕분에 3년간 지옥 같은 생활을 경험하고 인정받는 부서에서 일하며 삶을 마감하느니 그저 그런 부서에서 목숨을 살리자는 선택을 하는 절충형 인간이 되었다.




몸은 멸치의 삶을 유지해 조금만 걸어도 체력은 고갈되었는데 생활은  자로 잰듯한 1미리 1그람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예민도는 항상 가득이었다. 마흔이 되니 조금 너그러움이 생겼다 혼자 떠들고 다녔는데 아뿔싸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생각을 듣다 보니 착각을 했구나 창피했다. 아닌 척했지만 사람들 평가에 목말라하고 친구가 몇 없어도 괜찮지만 나의 존재 가치는 그들에게서 만나보고 싶고 내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득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쿨내 풍기면서 무진장 신경 쓰는 사람이다.




그들을 따라가고 싶어서 이거 저거 읽기도 하고 쓰기도 했다. 평생 읽어보지 않을 고전에 손이 가기 시작했고 적응이 안 되어서 머리를 몇 번이나 흔들며 책을 읽었는지 한글인데 이집트 상형문자가 따로 없다. 술술 읽혔던 책은 어디로 가고 4페이지를 읽고 다시 뒤로 뒤로 곱씹어 읽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고요한 시간에 몸을 맡기다 보니 사람들 언어를 귀담아 저장하고 생각은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때론 그들의 목 매이는 글 속에 가슴이 저려서 먹먹하고 기쁜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이 생겼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당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즙을 좋은 오크통에 담아 발효시켜야 한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 오크통을 오픈했을 때 와인의 빛깔과 풍미는 깊을 것이다. 나의 배럴에 담긴 포주는 이왕이면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라 조금 묵직하고 한입 머금으면 풍미가 깊어 잔향이 오래 남기를 바란다. 당신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






사브작매거진 구독해 주시면 매주 11명의 브런치작가들이 새로운 글감으로 찾아갑니다.


하나의 글감, 열한 개의 이야기 당신은 어떤 이야기가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밤새 수갑을 채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