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남매의 수면 분리를 시도 조차하지 않았다.
그냥 하나씩 양팔에 끼고 자는 것이 좋아서 좁은 방에서 네 식구가 함께 잤다.
그렇게 7년이 되던 해에 남편이 외쳤다.
이젠 더는 안 되겠다.
당시 우리 네 식구의 잠자리 포지셔닝은 2+2 시스템이었다.
침대에 2人 + 매트 깐 바닥에 2人
분명 시작 위치는 그러한데 남매는 신기하게도 주어진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침대와 바닥을 오가며 잤다.
거기에 옆에 자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팔다리를 자유분방하게 휘저어대는 고약한 잠버릇을 덕에 남편과 내 수면의 질은 최하급이었다.
남편의 외침에는 일리가 있었다.
아들의 잠자리 분리가 시급했다.
따로 재우려니 생각하니 침대부터 들였야 했다.
아들을 데리고 침대를 보러 다녔다.
브랜드 가구점 전시장부터 동네 가구 단지까지 여럿을 봤지만 아들의 반응은 모두 시큰둥했다.
그러다 아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케아 매장에서 만난 쿠라 2층 침대였다.
1층은 자기만의 아지트로 꾸미고 2층에 전시장에서와 같은 텐트를 씌워달라는 구체적 요청까지 있었다.
고민 없이 요청대로 침대를 구입했고 곧바로 놀이방 역할 밖에 못하던 아이방에 침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2층 침대가 들어온 첫날 아들은 바로 잠자리 독립에 단박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시원할 줄 알았는데, 섭섭했다.
7년을 팔베개해서 재운 아이는 자기만의 2층 침대가 좋다며 엄마 품을 떠나 혼자 자는 것에 대해 망설임이 없었다.
아이의 신나는 마음이 서운했다.
흥칫뿡이구나.
그런데 얄궂게도 아들이 독립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여름은 무더웠고 땀이 많은 아들은 에어컨 없이는 잠들지 못했다.
안방에 설치된 작은 벽걸이 에어컨 밑에 다시 네 식구가 모였다.
(올레!)
다시 아이 곁에서 살을 부빌 수 있어서 좋았다.
아들을 꼭 안고 잘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생겨서 행복하기까지 했다.
티를 내지는 않았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아이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질척대는 속내를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더위 때문에 같이 가는 거라는 척 연기를 하며 속으로는 즐겼다.
그렇게 짧을 줄 알았던 행복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다시 안방 침대에서 다 같이 자는 재미를 새삼 느낀 아들은 자신의 쿠라 2층 침대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남편은 호시탐탐 다시 아들을 떼놓기 위해 시도했지만, 늘 도로 아미타불이었다.
아이의 잠자리 독립은 한 계절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간헐적 시도와 지속적인 실패를 거듭하던 아들의 잠자리 독립은 5학년을 준비하던 겨울에서야 정착되었다.
재워놓고 나오면 다시 안방으로 회귀하던 귀여운 시도마저 이제는 사라졌다.
여적도 아쉽다 ( •︠ˍ•︡ )
하지만 아직 찬스가 남아있으니 그것은 여름밤이다.
참기 힘든 열기가 밤에도 가시지 않으면 에어컨을 핑계로 다시 아들을 곁에 두고 잘 수 있다.
이제는 엄마만큼 덩치가 커진 아들이라 발길질이 위협적이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 허락되는 아이 곁이 기다려진다.
이번엔 진짜 마지막일지도.
그래서 바래본다.
올여름은 좀 더 뜨겁게 지나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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