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나는 사치를 부린다
수리수리마수리 얍!
도통 꾸미기에는 재능이 없다.
중학교 입학을 위해 단발머리 소녀가 되면서 미용실에서 만들어 준 왼쪽 가르마.
고속도로마냥 길게 난 가르마가 마음에 든 적 없지만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내 가르마는 왼쪽이다.
아침에 쓱쓱 분칠 한 얼굴은 하루종일 수정화장이란 없다.
그러니 화장품도 일 년에 1~2개면 충분하고, 미용실도 일 년에 2번 방문하면 충분하다 생각하는 나란 여자다.
이런 내가 여름이면 사치스럽게 플렉스를 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페디다.
처음 페디를 하고 쪼리를 신었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후로 난 매해 여름이면 페디라는 마술로 내 발을 예쁘게 변신시켜 준다.
워낙 작기도 하고, 발볼은 무한대로 넓고, 발가락은 사이좋게 고만고만한 짧은 길이를 자랑하는 발.
이런 못난이 발을 여름에 내놓는 게 속옷만 입고 나온 거 마냥 부끄러웠다.
하지만 발가락에 예쁘게 색칠을 하면 예쁜 옷을 입은 거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단점이 있다.
우선 단점을 인정하자.
나의 단점을 들춰내면 부끄럽고 기분이 안 좋다.
하지만 하나 더 생각할 게 있다.
단점은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이 생각을 억지로라도 하고 나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요 단점이라는 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나마 봐줄 만한 이쁜 놈이 될 수도 있다.
선선한 가을이 되면 '페디가 뭐야'하며 양말 속으로 쏙 들어가 있을 내발처럼 단점도 예쁘게 봐주다 정 안 되겠으면 슬쩍 맘 속 깊이 넣어 놓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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