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단골민원손님 막둥이
2024.11.12. 화요일
후다닥
도망치듯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엄마, 나 도서관에 있을게~"
퇴근 전 걸려 온 막둥이 전화 덕분에 도서관 데이트 약속이 생겼다.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나의 민원은 2군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일반 사무실 민원과 오후 2시 이후 울려대는 내 핸드폰의 삼 남매 민원전화
요즘 단골손님은 막둥이다.
계속 같은 반이라서 함께 다니던 둥이들인데 3학년이 되고부터는 성별이 달라서 그런지 각자 친구들과 약속을 하고 따로 움직일 때가 많다.
요즘은 친구들과 학원 스케줄이 안 맞아서인지 막둥이 혼자 먼저 집에 오는 날이 많다.
혼자 오는 날은 어김없이 민원 전화가 길어진다.
하루종일 있었던 이야기를 쫑알쫑알.
나의 퇴근시간이 6시라는 걸 알지만
마무리는 항상 "엄마 언제 와?"이다.
6시 칼퇴를 못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피곤해서 마음은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고 싶었으나 막둥이의 한마디에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칼퇴 후 막둥이와 도서관 데이트는 여유 있고 마음의 안식을 주는 멋진 선물이다.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정중앙에 떡하니 누워 책을 보고 있는 막둥이
오늘도 어김없이 2시쯤 울려대는 민원전화.
"엄마! 엄마이름으로 하니깐 빌려주네~"
"뭐를?"
"엄마 이름으로 용기의 땅 대출했어~"
"아 형아가 대출해 달라고 한 거야? 착하기도 하지"
"아니~ 형아가 재미있게 보길래 내가 좀 보려고 1권 빌렸지~"
(한껏 자신감 빵빵한 목소리다)
벽돌책이라 아직 힘들 거 같은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는 꾹 눌렀다.
"잘했네~ 도전하는 건 멋지지"하며 아름답게 민원처리를 완료했다.
잠시 후 다시 걸려 온 민원전화
"엄마, 연장했어!"
"잉? 오늘 대출을 했는데 오늘 연장을 했다고?"
"어~ 내가 일주일은 힘들 거 같다고 하니깐 사서선생님이 일주일 더 연장해 주셨어"
거참 센스 넘치는 사서선생님이시다.
하루하루 아이는 시나브로 크는 거 같다.
2학년때도 사랑스러웠지만 그때와 다른 3학년의 막둥이도 참 사랑스럽다.
항상 이렇게 아름다운 민원만 있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