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마법_나 유머에 소질 없다니까요!!!!

by 재스민

운동신경이 젬병이여서 무슨 운동을 해도 어설프고 잘 하지 못하는 내게 (대학 1학년때의 교양체육을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 운동은 영원히 안녕이었다.) 동급으로 두려운 단어가 바로 유머이다. 유머의 효용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매사에 너무 진지한 나머지 재미없는 사람인 내게 남을 웃기라는 것은 진짜 고3때의 체력장만큼이나 두려운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 유머 허들이 낮아, 그다지 재미없는 유머에도 곧잘 웃음을 터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언젠가 읽었던 유머의 효용성에 대해 실제 예를 가득 늘어 놓은 책이지 않을까 싶은 선입견도 작용했다. 그리고 책 초반에 근육을 훈련하듯 유머도 훈련할 수 있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그런데, 어쩌지? 난 근육도 유머도 훈련하고 싶지 않은데…….’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행이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어서 그냥 쭉쭉 읽어 내려갔는데, ‘유머의 효용성’을 가득 실어 놓은 책이라기보다는 (물론 유머의 효용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유머학 개론’쯤 해당되는 책 같았다. 아래의 작은 단락의 제목 몇 개만 읽어도 바로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원리 1: 유머의 핵심은 진실이다.

원리 2: 모든 유머에는 놀라움과 방향전환이 포함된다.

재미 발견하기: 진실을 위해 당신의 인생을 캐보자

부조화/ 차이점 인식하기

……….

과장하기

대조 만들기

비유 만들기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때가지만 해도 약간은 지루하다고 느꼈고, 약간은 시큰둥한 기분으로 읽었다. 그러다가 5장 ‘유머로 리드하기’ 부분을 읽으면서 막힌 벽에 맞닥뜨린 것 같은 상황에서도 유머로 그것을 보다 가볍게 넘길 수 있겠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스토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2009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사업이 침체기를 맞자 솔직하고 약간의 유머를 곁들인 편지 광고로 불황을 이겨낸 ‘베어 미네랄’의 설립자이자 CEO인 레슬리 블로젯, 1998년 아세안 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흉내 낸 장난스러운 듀엣 곡 공연을 연습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게 된 미국의 매들린 울브라이트 장관과 러시아의 예브게니 프라마코프 장관 (이 둘이 맡은 업무를 생각했을 때, 이런 연습이 없었다면 개인적인 친분이 가당키나 했을까 싶었다. 원수가 되기 쉬우면 쉬웠지),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점은 ‘똑똑하게 비행하라 Just Plane Smart’라는 슬로건을 같이 사용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와 스티븐슨 항공사의 두 CEO가 내린 결단이었다. 사우스웨스트 사에서 위의 슬로건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이 슬로건은 이미 스티븐슨 항공에서 법적 권한 하에 사용하고 있었고, 따라서 스티븐슨 항공에서는 당시 CEO였던 커드 허월드에게 경쟁자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커드는 불필요한 소송을 야기하는 대신 사우스웨스트 CEO인 허브 켈러허에게 팔씨름 대결을 제안, 승자가 그 슬로건을 쓸 권리를 갖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이 두 CEO는 댈러스 경기장을 가득 채운 4,500명의 관중 앞에서 ‘댈러스의 악의’라는 이름이 붙은 기이하고 전례 없는 이벤트를 준비하게 되었다. 게다가 스티븐슨의 CEO 커드는 이 이벤트 몇 주전부터 자신의 투혼이 담긴 우스꽝스러운 훈련 동영상을 꾸준하게 올려 축제에 버금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경기 당일, 두 CEO링에 올라 대결하고, 스티븐슨 CEO인 커드의 승리가 확정지어지자, 승리를 받아들인 커드는 놀랍게도 사우스웨스트와 슬로건을 공유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엄청난 이벤트는 어마어마한 소송비를 절약하는 한 편, 양사의 브랜드 파워 강화와 긍정적 홍보 효과로 인한 재정적 이익까지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민한 판단력으로 엉뚱한 재미와 실리까지 모두 챙긴 이 훈훈한 해피엔딩도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이런 놀라운 이야기를 계속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이런 멋진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의 곳곳에 예시로 나와있던 업무 이메일이었다. 내 소감은 ‘업무 이메일에 이런 농담을 곁들이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믿어지지 않아…’였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아주 친한 동료에게 보내는 이메일이 아니면 늘 정중하면서도 간결하게 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완벽한 헤어스타일에 걸맞은 프로젝트인지 알려 달라’는 업무 메일은 사실 많이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의사소통을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책에 예시로 나와 있는 좀 더 친밀함이 느껴지는 ‘부재중 메시지’와 정형화, 표준화된 글에서 벗어난 따뜻한 ‘퇴사 인사’는 적용해 볼만하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업무용 이메일에 ‘내 완벽한 헤어스타일…..’ 따위의 문구는 못 넣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들을 읽으면서 나는 주로 내 업무 스타일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라면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무리일지 지속적으로 생각해보면서. 아무래도 시간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다 보니 본능적으로 보다 나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든지 보다 나은 관계 맺음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었나 싶은데…… '그래도 노력이라도 좀 하면 유머 감각이 형편없는 나도 조금씩이나마 나아지겠지?'하는 희망 회로를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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