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공해라는 말을 수십년 전부터 들어왔지만, 막상 ‘소음이 공해가 될 수 있겠구나’를 깨달은 것은 행사가 끝난 뒤 행사장을 정리하느라 서로 밟아 터뜨린 고무 풍선 소리에 ‘귀가 아프다’고 느꼈을 때였다. 그래도 소음 공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그 순간일 뿐, 나는 각종 콘텐츠를 소비하느라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내 귀를 혹사 시키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장기간의 이어폰 사용이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고 뉴스에서 신문에서 그렇게 경고를 해도, 출퇴근 길에 걸으면서 들을 수 있는 영어 강좌나 강의들은 내게는 꽤나 매력적이어서 그 경고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마 난청이라는 위협은 먼 거리에 있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내게 유익하고 재미있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는 손만 뻗으면 있는 거리에 있어서 더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청력에 대한 그 무심함은, 아직까지는 잘 들린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아마도 더 오래 지속되었을 거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갓난쟁이의 내이의 크기가 성인의 그것과 같고, 계속 재생되는 일부 기관과는 달리 가장 연약한 이 부분은 재생도 되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었을 때, 진짜 뜨악했다. ‘내가 내게 무슨 짓을 한거지?’ 싶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내가 사람 많고 시끌벅적 한 곳을 싫어해서 내가 내 귀를 학대한 것은 출퇴근 길 이어폰 사용, 하나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어폰 볼륨을 줄여서 사용해야겠단 다짐을 하기가 무섭게…… 출퇴근 길의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 수단으로 인한 시끌벅적한 소음들, 집 안에서 블랜더 갈리는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청력에 치명적인 소음이라고 하니……. 당장 소음방지 귀마개라도 구매해야 하나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검색은 완료했는데, 아직 구매 버튼은 누르지 않았다)
언제든 청력을 잃을 수 있는 사고를 겪을 수 있으며 내가 내 귀를 학대하고 있었다는 경악할 만한 사실은 차치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또 다른 점은 귀라는 기관 하나로도 다양한 주제를 묶어 이렇게 책 한권이 나올 수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솔직히 귀라는 기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크기는 어떻고 하는 설명 등은 잘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꼭 학술 논문 같아, 나 같은 일반 사람이 아닌 전공자가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청력이라는 하나의 핵심 단어로도 생물의 생존에 대한 욕구와 진화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었다. 이 책의 설명에 의하면, 나방의 청력은 박쥐에게 잡아 먹힐 위협에 대응하면서 발전했고, 수백만 년에 걸쳐 나방의 청력 기능이 더 높은 주파수를 탐지하게 되자, 박쥐 또한 그것이 낼 수 있는 주파수가 높아져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떤 나방 종은 날개의 비늘과 몸의 털 같은 외피가 박쥐가 내는 주파수의 음파를 흡수해버리는 기능을 가지도록 진화했다고 하니 비단 이 두 종 뿐만은 아니겠지만, 생명체가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생 인류 또한 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기나긴 세월동안 조상님들이 물려주신 유무형의 유산으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데..... 지금처럼 격변의 시기를 55세기쯤이 되면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그 때쯤 인류가 살아남은 종에 포함될지 궁금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