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10여년도 더 전에,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젊은 창업자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프레임을 만든다는 기사들을 읽으면서, 그들과 비슷한 한국의 젊은 창업자들이 나이 많고, 경력 많은 기업의 임원들에게 혹은 정부의 고위 관리들에게 강연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내가 초.중.고.대학을 다니던 80년대에서 90년대 랑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는 있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시대를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를 답도 못 찾고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은 2016년 알파고의 등장으로 공포감마저 동반했다.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실체를 가지고 나타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동안 신문도 읽고, 책도 읽고, 여기저기서 강의를 들어봐도 딱히 이거다 싶은 해답지는 없었는데 (순전히 내 기준이다. 내가 부족해서 제대로 못 알아들었을 수 있다), 이 책 폴리매스는 4차 산업이 실현되어 순간순간이 변화를 수반하는 이 시대에 최소한의 적절한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방향은 간결했다. 앞으로의 인공지능 시대에선 현대의 초전문성을 추구하는 대신, 전일적 세계관에 근거하여 여러 학문을 깊이 있게 공부해서 통섭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책에 의하면,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복잡성이 증가하자 인류는 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데카르트의 연역법에 따라 각 면을 따로 분류했다. 지식을 쪼개고 분류하는 현상은 유럽에서는 계몽주의 이후에 정점을 달했고, 이후 식민지 지배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또한 산업혁명후 공장 노동자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오늘날 한 분야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문화로 바뀌게 되었다.
전문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2백년 이상 지속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할 때까지 한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인간은 수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정리해야 하는 과중한 짐을 내려 놓을 것이며, 따라서 기술 전문화 영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 인간의 두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이 책에서는 “여러 지식을 통합하고, 정리하고, 융합하고, 연결하여 인간의 고유한 지혜와 이해를 수립하는 일’이라고 얘기한다.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추구하여, 자신의 움벨트를 확장하는 것. 또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프레이 교수와 오스본 교수의 논문 <직업의 미래>를 인용해 “운동능력은 자동화할 수 있지만 사회지능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환경을 효과적으로 타맥하며 사람들과 교섭하는 능력)과 정서지능 (사람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고 표현하는 능력이자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며 사려 깊게 대인 관계를 처리하는 능력)은 쉽게 자동화할 수 없다”고 밝힌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지식을 통합하고 정리하고 융합, 정리해야 하는가? 정답은 이종교배였다. 작가는 “위대한 문명이 꽃 피운 곳에서 폴리매스를 그토록 많이 배출한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제국 (오스만제국, 로마제국, 대영제국)이 영토를 확장하면서 문화와 세계관, 언어, 사상이 다양한 사람들을 흡수하고 동화시켰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하며 “따라서 개인이 맺는 사회적 관계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을 테고, 이질적인 사회 혹은 지식 간의 이종교배가 자연스럽게 일어났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맞춰 교육도 세계화된 사고를 배양하기 위한 세계화된 교육 방법을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내 나이 또래의 성인에게도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사람의 문화와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양한 언어를 익히고, 여러 사회에서 발생한 지식을 각기 동등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세계 문학과 세계 영화, 세계 미술, 세계 철학을 공부하고, 교과 과정과 밀접하게 연계한 여행을 통해 세계를 직접 체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학교는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맥락적 사고, 속독, 감성지수, 의사결정 능력, 지식을 내면화하는 성찰,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각 과목의 단위가 끝나면, 아래의 질문을 성찰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을 배우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 지식은 내 삶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 지식은 다른 지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새로 얻은 깨달음은 무엇인가?
이 지식이 어떻게 내 삶을 향상시키는가?
이 지식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가?
이 지식과 연계해 추가로 조사할 내용은 무엇인가?
폴리매스가 되기 위한 교과목은 인간의 조건을 구성하는 8가지 기본 요소, 곧 자연, 사화, 정신, 육체, 생존, 노동 자기표현, 초월성에 따라 구분했다.
초월성: 우주론, 실존주의, 자기성찰, 세계전통, 도덕성, 종말론, 사랑
자연: 물리학, 지리학, 식물학, 화학, 동물학, 친환경,
사화: 인류역사, 인류지리학, 국제관계, 사회조직, 정의, 인도주의, 성, 미래, 난제와 해결책
정신: 인지과학, 사고방법론, 학습방법론, 지식의 원천, 관념의 역사, 수학
육체: 인체 해부학, 영양학, 신체 훈련, 스포츠, 섹스, 위생
생존: 관리, 산술, 응급상황 대응, 수작업, 가족계획, 다지털 기술, 정보
노동: 경제학, 직업 환경, 조직 기술, 리더십, 팀워크, 기업가정신, 자기계발
표현: 창의적 사고, 미학, 시각 예술, 음악, 문학, 영화/연극
여기까지 읽으니 숨이 막히지 않는가? 내가 과연 위의 것을 다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는 않은가?
걱정 마시라. 책을 읽으며 내가 취해야 할 action plan에 한 숨부터 나오는 나 같은 독자를 위해 작가는 친히 ‘뇌 가소성’을 설명하며 안심시킨다. 너도 할 수 있다고.
뇌의 화학적 성질과 구조는 경험에 의해 물리적 변화를 겪는데 이것이 뇌의 가소성이다. 인간의 뇌는 행동을 결정하지만 고정된 물질이 아니어서 행동에 따라 뇌의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은 대부분 의식에서 사라지더라도 현대 인지과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여러 방식으로 우리 삶을 형성한다.
고로 다양한 경험이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사람은 자신이 쌓은 경험과 지식의 산물이 된다. 따라서 나는 지금부터의 내 선택과 행동에 따라 내 자신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내 관심분야의 것들로 내 시간들을 촘촘히 배치해야겠다. 팀 페리스처럼 아주 무관한 일들에 번갈아 집중하면서 시간과 뇌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시도를 해봐야겠다. 또 괴테가 말한 것처럼 ‘날마다 짧은 노래 한 곡을 듣고, 좋은 시 한 편을 읽고, 강렬한 그림 한 편을 감상’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