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8유형에게
"혼자서도 괜찮아. 하지만, 함께할 수도 있어."
그림책 <바다로 간 페넬로페>의 마지막 장면, 작은 돛단배를 스스로 밀어 바다로 나아가는 페넬로페를 보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늘 강해야만 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에니어그램 8유형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길로 가고 싶어요.”
이들은 ‘강한 힘’을 인생의 방패처럼 여기는 사람들이죠. 누구보다 빠르게 결단하고, 어려움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책임지려 하고, 억울한 사람을 대신 싸워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약함은 곧 위험‘이라는 오래된 신념이 숨겨져 있어요. 그래서 그들은 말하지 않아요. 두렵다는 말, 속상하다는 말, 나도 기대고 싶다는 말. 누군가 다가오면 더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감싸고, 스스로를 지키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괜찮아?”라는 말 앞에서도 8유형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합니다. 강해 보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일수록, 약해지는 순간을 두려워하기에. 자신을 열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하거든요.
하지만 이들의 마음속엔 언제부터인지 잊고 있었던 어떤 바람이 고요하게 머물고 있답니다.
“나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의지해보고 싶어.”
“나도 안심하고 기대어 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바람은 사라진 게 아니라, 오랫동안 눌려 있었던 것뿐입니다.
페넬로페가 결국 바다로 나아갔던 이유는 더는 ‘기다리기만 하는 삶’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정해준 역할을 살아가는 대신, 자신의 두려움과 기대, 바람과 상처까지 모두 끌어안고 스스로 노를 저어 나가는 삶이야말로 진짜 자기다운 삶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에니어그램 8유형에게 필요한 용기란, 어쩌면 세상과 싸울 힘보다 자기 안의 여린 마음을 마주하는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보다 강한 내가, 사실 누구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존재라는 걸,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해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는 용기 말이에요.
‘강한 사람’도 울 수 있습니다. 도움을 받아도 괜찮고, 기대도 괜찮고, 때론 약하다는 걸 말해도 괜찮아요.
잔잔한 바다를 향해 떠나는 페넬로페처럼, 지금 이 순간 당신도 누군가의 기대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