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좋아_<엄마 도감>

에니어그램 5유형에게

by 빛그루

“엄마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나를 만나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외계인일지도 몰라.“



그림책 <엄마 도감>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웃음이 나기보다 가슴이 콕 찔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는, 어쩌면 매일 곁에 있지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존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는 엄마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추론하는.. 그림책입니다. ‘생김새’, ‘신체 구조’, ‘수면 활동’, ‘반응 속도’… 마치 어떤 낯선 생물체를 연구하듯, 아이는 엄마라는 세계를 조심스럽게 탐색합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문득 에니어그램 5유형, ‘지혜로운 사람’이 떠올랐어요. 그들은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거리’를 둡니다. 멀찍이 떨어져 관찰하고, 깊이 파고들며, 세상의 법칙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들. 누군가 곁에 다가오면 어쩐지 압도당할 것 같아 뒤로 물러나고, 감정의 소용돌이보다는 정보와 구조 안에서 안정감을 찾는 사람들이죠.



“왜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지 몰라요. 하지만 5유형에게는 그 ‘거리감’이야말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가까워지기 전에 먼저 이해하고 싶고, 연결되기 전에 먼저 안전하고 싶어서요.



꼭 <엄마 도감>속 아이가 엄마를 관찰하듯이 말이에요.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존재인 엄마가 너무도 궁금하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도감처럼 관찰해 나가는 거죠. 그리고 그 관찰 끝에서, 아이는 알게 됩니다. 엄마는 늘 나와 함께 있었고, 엄마 역시 태어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요.



지혜로운 사람들, 5유형의 사람들은 더디게 다가가고, 천천히 열리고, 때때로 혼자인 길을 선택하죠. 하지만 그 거리는 결코 단절이 아니라, 깊은 연결을 위한 기다림일지도 모릅니다. 5유형의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지식을 통해 세상을 파고드는 그 시선이,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그 조심스러움이, 결국에는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안다고, 그것은 이 세상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아주 소중한 선물같아~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