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7유형에게
“나는 달리고 있어. 근데 어딜 향해서일까?”
그림책 <내일>은 길 위에서 시작해요. 정확히는 ‘내일’이라는 녀석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발걸음이죠. 아무도 본 적 없는 존재,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내일’을 향해, 주인공은 아침이 되면 또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어딘지도 모르면서, 또 언제 도착할지 모르면서 달려요.
“놓치면 안 돼.”
“내일을 따라잡아야 해.”
“지금 멈추면 영영 잃어버릴지 몰라.”
에니어그램 7유형의 별명은 즐거운 사람이에요. 겉으론 늘 밝고 쾌활하지만, 그 안에는 놓치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어요. 놓치고 싶지 않아서, 지루해지기 싫어서, 고통에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새로운 곳으로 달립니다. 그 속도에 스스로도 지쳐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요.
그림책 속 주인공도 마찬가지예요. 내일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과학자도 만나고, 미래학자도 만나고, 점술가도 만나고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늘 애매한 대답뿐이죠~ 그러다 결국 길을 잃고, 어디인지도 모를 어둠 속에 갇혀버립니다. 그 순간, 주인공은 문득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떠올려요.
내 이름은… 오늘이야.
그 장면에서 마음이 덜컥했습니다. 저 역시 ‘내일’을 향해 달리던 사람이인것 같았거든요. 실은 쉬고 싶고, 멈추고 싶고, 불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외면한 채, 계획을 세우고, 계속 기대를 키우고, 미래에 의미를 두면서 오늘을 소진시키는 삶 말이에요~ 괜찮은 척, 바쁜 척, 즐거운 척… 계속해서 다음 순간으로 도망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는 뭔가 부족해. 좀 더 나아져야 해.”
“더 좋은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거 아닐까?” 하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속도를 줄이고, 어쩌면 방향도 돌려야 할지 몰라요.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내일이 아니라, 또 다른 ‘오늘’이니까요. 내일을 준비하느라 미뤄둔 일들, 불안해서 닫아둔 감정들, “나중에”라는 말로 미뤄왔던 지금의 나에게 말하고 싶어요.
“나는 지금 여기에 있어.”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사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