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정체성 회복하기
“넌 어떻게 춤을 추니?”
그 물음 앞에 가만히 굳은 채 서 있는 아이를 보며, 어느 한 시절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 <넌 어떻게 춤을 추니?> 속 아이는 자신을 향한 무수한 초대들 사이에서 끝끝내 춤을 추지 않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엉덩이를 실룩이고, 누군가는 고장 난 로봇처럼 삐걱거리며 자기만의 리듬을 신나게 표현하지만,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뿐입니다.
분명 춤추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두근거리고, 무언가 쓰고 싶고, 만들고 싶고, 그림자처럼 누구의 뒷모습을 따라가고만 싶지 않은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던 말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야.”
“저런 건 저 사람이니까 가능한 거야.”
“괜히 나섰다가 민망해지지 않게 조심하자.”
<아티스트 웨이> 2주 차는 그렇게 우리 안에 머물러 있는 해로운 친구들, 훼방꾼들, 내면의 회의주의자들을 하나씩 마주 보게 해 주었습니다. 누구도 내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익숙해진 그 목소리들. 스스로를 의심하고, 마음속 열망에 “안 돼”를 붙이게 만들었던 그 오래된 문장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 날 걱정해 주는 말처럼 들리는 조언,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불신의 속삭임들. 그 모든 소리들이 하나로 모여 내 춤을 멈추게 했음을 비로소 알아차렸습니다. 그런데요, 그림책 속 아이도 끊임없이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장소에서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서요!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도 춤의 일부로 품어주는 시선, 무언가를 못하고 있는 내가 아니라,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나로 바라보는 춤.
<아티스트 웨이>는 말합니다. “정체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은, 내면의 회의주의자에게서 거리를 두고 내 안의 창조성을 다시 신뢰하는 것”이라고요.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구절초 한 송이를 바라보며 치유되듯, 바람 소리 하나에 마음이 풀리고,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지금 여기”에 있는 나와 연결되는 것이지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나는 창조적인 존재입니다”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낯선 긍정의 선언을 다시 내게 돌려주는 시간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춤추는 나를 기다리며, 지금은 잠시 멈춰 서 있는 이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춤의 일부라 믿어봅니다. 그러니 오늘도 비록 ‘꼼짝 마 춤’을 추고 있는 나에게도 토닥토닥… 쓰담쓰담해줄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