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삼십삼년 생애동안 가장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휴식같은 시간이 꿀처럼 달콤하기도 하련만, 전전긍긍 노심초사하던 습관이 어디가지는 못하는 것인지, 휑하니 비어버린 시간이 적적하고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말보다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내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두려워 혼자만 쌓아오던 일기들을, 길지 않을 지금의 공허한 시간동안 쌓아보려고 한다.
브런치라는 이 공간에서 나눌 첫번째 글은 무엇이 좋을까 고민해 본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하는 테마이면서, 동시에 잘 풀어나갈 수 있을 이야깃거리라면,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중형견 개엄마이자 몇 달 뒤 사람엄마의 타이틀까지 얻을 30대 이방인의 생활일기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내 일기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사는 곳과 나이를 떠나 나의 상황과 생각에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공간의 의미는 그로써 다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첫 발을 디디며, 비엔나 생활일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