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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발 Apr 25. 2021

[오름을 만나다] 표선 따라비

글재주는 없어요.오름을 걸으며 들었던 생각을 남겨봅니다.

주차장 위치까지 차로 한참을 올라간다.

외길이다. 내려오는 차를 만날까 봐 마음이 긴장한다.

운이 좋았는지 소형 차량 한 대를 만났고 친절한 분이라 넉넉히 길을 내어주셨다.

운전의 습관만 봐도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느껴진다.


한참을 올라와 어느덧 따라비오름 주차장에 도착했다. 넓게 잘 되어 있다. 

여유 있게 주차를 하고 뒤를 돌아서니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지게 모여있는 따라비오름이 눈앞에 펼쳐진다.

따라비오름 입구를 지나 언덕길을 오른다. 

평화로운 기분이 든다. 섬휘파람새의 새소리가 왼쪽과 오른쪽에서 번갈아 들린다. 따라비오름의 모습과 새소리가 어우러져 제주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정상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정상을 향하는 입구를 지나자마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가파르다.

나무계단으로 잘 되어 있어 오르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15분 정도 오르자 하늘이 보인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기도 했고 구름 한 점 없는 초여름 날씨 때문인지 몸에 열기를 느낀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란 하늘의 어우러짐으로 또 한 번 아름다운 순간을 느끼게 해 준다. 올라오기 전 느꼈던 아름다움과 또 다른 매력이다.


오르막이 끝나고 오른쪽 정상이라고 안내되어 있는 방향을 향한다. 왼쪽 밑에는 분화구가 보인다. 세 개의 분화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깊은 것 같지는 않지만 분화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다시 십여분을 걸어 깃발이 꽂혀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사방으로 동서남북 각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쪽 바다도 보이고 동쪽 마을도 보이고 서쪽 한라산 자락도 보이고 북쪽의 다른 오름도 보인다. 빌딩과 도로는 거의 보이지 않고 제주의 본모습이 주로 보여 감사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지금 이대로. 이 풍경이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손을 모아 기도해본다. 


정상에서 짧은 휴식과 감상을 마친 후 걸어왔던 방향을 그대로 유지한 체 따라비 둘레길 쪽으로 하산 길을 선택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칠게 펼쳐진다. 급경사다. 몸이 쏠리고 발 높이도 크게 해야 하는 구간이다. 구간 자체는 짧지만 이런 곳에서 장난을 치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것만 같다.

둘레길로 내려가는 갈림길에는 나무의자가 놓여있다. 나무 아래 의자까지 소박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어놓았다. 


의자에 잠시 안고 싶었지만 인기가 있는 곳인지 자리가 나지 않아 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걷는 길 왼쪽에는 나무가 빽빽이 서있고 무밭이 여기저기 조화롭게 모여있다.

15분 정도 내려오자 처음 정상 방향 안내가 되어 있는 갈림길에 다다른다. 


시작점에서 정상을 밟고 다시 시작점에 돌아오기까지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짧은 느낌이지만 눈과 귀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은 부족함이 없다.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오름을 경험하는 차원에서는 역시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따라비오름이다. 

내가 느낀 따라비오름은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자기만의 선을 가진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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