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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발 May 05. 2024

[주말드라마] #6

한림솔

제주를 대표하는 특산품과 관광기념품은 다양하게 넘쳐난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먹거리부터 유행을 타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존재한다. 제주를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주 본연의 것을 제외하고 제주를 표현하는 것 중 으뜸을 찾기는 의외로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제주에 와서 경험한 것을 해석하거나 표현한 것 중 감탄사가 나온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제주 본연의 자연경관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지도 모른다.


2020년 여름, 우연히 만난 사람 중 한 명이 한림솔이다. 제주를 사랑하는 두 남자가 제주에서 사진 관련 창업을 한다고 했다. 쇠소깍 근처 테라로사에서 만나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설명은 사진 관련 기술력을 뽐내는 것에 가깝게 들렸다. 그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창업에서의 중요성을 내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 공유했다.


몇 개월 뒤 다시 만난 한림솔은 팀원이 한 명으로 줄어 있었고, 처음 만났을 때의 팀 이름도 매우 어려웠다. 새로 지은 제주도 관련 이름을 소개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2~3개월 간의 과정과 본인의 고충을 털어놓았고, 그에게서 이전과 다른 제주에서의 삶의 지향점과 창업 아이템에 대한 설렘이 느껴졌다.

이론적인 것이나 방법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의 아이템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내가 판단할 일도 아니었다. "일단 해보자"고 했다. 한림의 감각을 믿어보고 싶었다.


시간이 또 흘러 2~3개월 후에 다시 그를 만났다. 제주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매우 지쳐 보였다. 나도 어려운 주차 미션을 끝내고 온 상태라 지쳤지만 그는 뼈속까지 지쳐 있었다.

그는 시제품을 보여주었다. 처음으로 제주를 표현한 제품 중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내 경험 안에서는 꽤 괜찮은 것이 나왔다는 직감이 있었다. 역시 그의 감각은 탁월했다.

한 가지 브랜드를 만드는 것, 특히 단순 기념품이나 수익만을 위한 제품이 아닌 문화, 예술, 디자인, 스토리, 전통이 담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진을 전공한 그는 사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학과 스토리, 본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의미조차 없었던 돌무더기에 영혼을 실은 한림솔의 첫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과정도 충실했고 결과도 훌륭했다. 머들은 사람들에게 낯선 제품이었다. 인테리어 용과 선물용도로 주로 선보이며 사랑을 받았다. 대중적인 제품까지 접근은 어려웠지만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드라마틱한 매출은 아니었지만, 크라우드펀딩과 오프라인 입점, 전시 등을 통해 1집 신고식을 잘 완료했다.


새로운 것의 탄생은 정말 새롭다기보다는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재해석과 융합의 가치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제품은 옹기로 제주의 것을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제품과 네 번째 제품도 이미 예고편을 들었기에 기대가 된다. 기존의 창업 성공 방정식과는 다른 길을 그는 걷고 있다.

어려운 길이지만 본인의 것을 지켜나가는 그의 모습을 통해 한림솔의 내일을 늘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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