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삼총사 1
제주의 구좌읍은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으로, 제주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중 하나다. 개발이 진행되는 제주의 모습에 지친 나에게 구좌는 평온함을 제공하는 곳이다.
특히 평대리는 나에게 특별한 연이 있는 곳이다. 3년 전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평대리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농사를 사랑하는 세 명의 소농삼총사를 처음 만났다. 그들의 첫인상은 에너지 넘치는 밝음과 긍정이었다. 오랜만에 느낀 사람의 매력이었으며, 배경이나 이익 개념이 전혀 없는 순수함 그 자체였다.
평대리에 살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작은 농사라도 지속하는 것의 중요성에 점점 빠져들었다. 내 삶에서 농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과거에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교훈이 떠올랐다. "쌀 한 톨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든여덟 번의 과정을 거친다. 흘리지 말고 농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라."
이들은 가치와 철학을 기반으로 모였으며, 세 명 중 두 명은 부부였다.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궁금했고, 당근을 재배하며 꼬마 당근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또한 감자농사도 짓고 있었고, 한 명은 농사 외에 마을 일이나 공사장에서도 일하고 있었다.
"칸트의 식탁"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이는 시골 마을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외부 세상의 이야기를 사람 중심으로 나누는 모임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소박하고 사람 냄새가 느껴졌다. 평소 네트워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곳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아이템의 기준이나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 같았다. 그들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었고, 먼저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현재 이들에게 외식은 사치였고 매월 생활비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농사의 중요성, 소농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일들의 가치를 짧은 순간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쌓고 싶었다.
기관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만났지만 내 나름대로 진심을 다해 평대리 삼총사와 무엇인가를 잘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야기하는 농산물, 특히 당근을 통해 그것을 풀어보고 싶었다.